안녕하세요 빔바입니다!
님이 2회 백일장으로 돌아오셔서 기쁜 마음으로 백일장에 참여해봅니다 ㅎㅎ
원 글은 제 2회 백일장 개최 - KR이 함께 만드는 백일장!이니 아직 참여 안하신 분들은 참여해보시길 바랍니다. 내일 까지 인 것 같네요!
무슨 주제로 글을 써볼까 고민하다가 단 한 순간은 아니지만 제 인생을 지금까지 빛내주고 있는 "철학을 만난 순간들"에 대해 글을 써보려합니다.
제 인생 전반을 훑는 이야기라 엄청 길어질 것 같습니다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철학을 만난 순간 - 중학생, 논리학을 만나다.
2. 철학을 만난 순간 - 고등학생, 소크라테스와 프로이트를 만나다.
3.철학을 만난 순간 - 대학생, 서양 철학을 만나다(존경스러운 철학 교수님을 만나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1. 철학을 만난 순간 - 중학생, 논리학을 만나다.
중학생 시절, 모두가 말하는 소위 중2병이라는 시기에 들어가있었죠. 사실 중2도 아니고 중1이었지만 말입니다...
한창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빠져있었는데, 그 중 "역전재판"이라는 게임에 심취해있었죠.
이 게임을 아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제가 변호사가 되어 여러 증거들을 수집해 악덕 검사들로부터 의뢰인을 보호하는 게임이었죠. capcom에서 만든 게임인 만큼 "법정 배틀물"이라는 묘한 타이틀을 걸고 나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게임에 너무 몰입하다보니, 어느새 제 꿈은 변호사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방과후 도서부 활동 시간에 법전을 읽곤 했죠... 10페이지도 못넘어가고 같은 부분만 읽었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말입니다 허허...
사실 변호사라는 직업의 의미라던지 법 자체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소위 그들의 "말빨"에 대한 선망을 가졌었죠.
그래서 저는 이 뒤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거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직업들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를테면 탐정이라던지, 심리학자라던지 말이죠. (그래서 지금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변호사라는 직업이 단지 말빨만 좋다고 하긴 어렵죠. 말빨을 일종의 "레토릭(말을 치장하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사실 그 레토릭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논리"가 있어야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법"보다는 "논리학"에 관심을 더 갖게 되었죠.
그래서 산 책이 바로 "논리야 놀자"입니다.
-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인터넷 서점
사실 초등학생용 책이에요 ^^;;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은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 책만으로도 꽤나 많은 논리적 지식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기억에 남는건 "1부터 100까지 더하는 방법"밖에 없긴 하네요...
노가다로 더하는 방법도 있지만, 더 쉬운 방법이 있죠.
바로 처음부터 끝수를 더하고 두번째 수와 끝에서 두번째 수를 더하면 총 50쌍의 숫자 묶음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수의 쌍들의 합을 보면, 모두 101이 됩니다!
조금 해보면, (1+100) + (2 + 99) + (3 + 98) + ... + (50+51) = 101X50이 되어 총 5050이 되죠.
신기하지 않나요? (저만 신기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이후로, 저는 논리적인 사고를 지향하게 됩니다. 십여년 째 공부하고 있는데 아직도 논리란 것은 참 어렵네요 ^^;;
2. 철학을 만난 순간 - 고등학생, 소크라테스와 프로이트를 만나다.
사실 중학생 때 까지는 철학이라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뭔지 알지도 못했죠...
본격적으로 철학을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윤리" 과목을 공부하면서였네요.
이 때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의 거두들인 "공자"와 "소크라테스"를 제대로 접하게 되죠.
특히 전 서양철학에 꽂혀있었습니다.
논리학에서 말했듯이, 전 설득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했습니다.
공자님은 뭔가 해탈의 경지에 이른 느낌이었다면, 소크라테스는 혀라는 무기를 가진 전사처럼 보였죠.
특히 레토릭을 무기로 시민들에게 강론하던 소피스트들을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쳐발라버리는(?) 위용을 보며 감동을 느꼈습니다.
"나는 게으른 말과 같은 아테네 시민들의 궁둥짝에 침을 놔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는 등에와 같다"(정확한 인용인진 모르겠네요;;)는 말도 되게 멋있어 보였죠... 그래서 한 동안 친구들에게 소크라테식 문답법을 사용하여 괴로움을 줬던 기억도 납니다 ^^;;
이 때 "무지의 지", 즉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이 정말 지혜로운 것이다"라는 격언을 가슴에 새겼죠. 심리학과에 진학하고 나서는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메타인지"라는 것을 알고 새삼 소크라테스의 위대함을 다시 느끼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제 인생을 정말 뒤바꿔놓은 중요한 인물을 빠트릴 수 없겠죠.
바로 정신의학, 심리학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창한 "프로이트"입니다.
이 인물을 접하게 된 것은 제가 고등학교 도서부 활동을 하며 우연히 한 책을 접하게 된 후 입니다.
바로 진중권씨가 쓴 "미학 오디세이"라는 명저지요...(개인적으론 인생 최고의 책입니다 ㅎㅎ).
이 책은 총 3권으로 한 권에 한 예술가를 인용해 철학적으로 예술에 대한 설명을 풀어나갑니다.
1권에선 에셔, 2권에선 르네 마그리트, 3권에서는 정확히 기억안나지만 어떤 건축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죠.
한창 지적 허영심에 빠져있던 저는 이름 부터 멋있는 이 책을 읽게되는데, 생각보다 위트있고 쉽게 내용전개가 되어 하루 종일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때 이 책에서 잠시 프로이트를 다룬 부분을 읽게됩니다. 돌이켜보면 프로이트는 이 책에서 그렇게 큰 비중이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아마도 "살바도르 달리"를 다룬 부분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것 같은데요, 이 때 프로이트가 인간의 정신의 구조를 분석하려 했고,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프로이트에 흥미를 갖게 된 저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찾아 읽게 됩니다. 이 책에는 인간의 무의식으로 인해
일어나는 실수들, 꿈과 무의식의 관계, 꿈이라는 것에서 인간의 무의식에 저장된 장기기억이 표현된다는 것, 꿈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상징의 의미들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엄청나게 두꺼운 책의 분량에 압도되어 반절 정도밖에 못읽고 아직까지도 다 읽진 못했지만, 그 책에 나온 여러 생생한 꿈 사례들, 그리고 라틴어로 기술되어 있는 여러 병리학 용어들을 읽으며 엄청난 지적충만감을 느꼈었죠.
이 경험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예전에 읽었던 "어둠의 임상심리사"라는 만화책에서도 심리학과 정신의학이 나왔던 것이 기억나 프로이트와 정신의학, 그리고 임상심리학에 대해 검색해보았습니다.
과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좀 더 직관에 의존했던 반면(물론 현대의 정신분석 혹은 신프로이트주의자들은 이전의 정신분석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긴 합니다. 실제로 프로이트 정신분석을 아직까지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구요), 최근의 정신의학, 혹은 임상심리학은 과학적 방법론과 통계적 연구설계에 기반해 정신병리들을 분석하고 있더라구요.
정말 멋있는 학문이라고 생각이 들어 결국 고1 때부터 "임상심리사"라는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고, 결국 석사과정까지 밟게되죠. 철학을 통해 도달한 길이 심리학이라니 제가 생각해도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
이 때 만난 프로이트는 아직 까지도 지겹게 만나고 있습니다 허허...
3.철학을 만난 순간 - 대학생, 서양 철학을 만나다(존경스러운 철학 교수님을 만나다).
"임상심리사"진로를 정했으니, 심리학과로 진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사실 철학과와 영문학과를 고민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심리학을 선택하게 됐죠... (물론 이 때 당시는 심리학에 대한 인식도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ㅠ)
그런데 막상 심리학과에 진학하고 보니,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저에게 그렇게 큰 매력을 주지 못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은 그렇게 친구들과의 교류냐 술자리에 빠져 허송세월을 보냈죠... (물론 즐거운 시절이었습니다 ^^;)
그러다 1학년 겨울 방학, 서양 철학사를 소설의 형식으로 집대성한 "소피의 세계"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인터넷 서점
책의 저자인 "요슈타인 가아더"는 철학 교사로, 어린 아이들도 쉽게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쓰려고 했다고 하네요.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엄청난 책인 듯 합니다.
"소피"라는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정체모를 이가 보내는 "철학 편지"를 읽으며 조금씩 철학적 지식을 쌓아나가는 내용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철학적 성장을 이뤄나가는 것에 도움을 주는 "교양서"임과 동시에, 소설적인 내용으로서도 엄청난 문학적 충격을 줄 수 있는 "문학서"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일독을 권합니다 :)
이 책을 읽고 서양철학의 흐름을 훑어볼 수 있었고, 습자지 지식이긴 하지만 머릿속에 어느 정도 철학이라는 개념이 정리되던 시기였던 것 같네요.
이 책의 초반부에 나온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회상해보면,
"철학이라는 것은 사소한 것에도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을 느끼고 깨달음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한다"라는 문구였던 것 같네요.
사람들은 경험을 많이 하고 나이가 먹어갈 수록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대해 관심도 가지지 않고, 그저 당연한 것들로 치부하기 일수입니다. 사실 저도 요즘 그런 일들이 많습니다 ㅠㅠ 다시 이 문구를 되새기며 당연함으로부터 멀어져야겠네요.
이렇게 한량 같은 방학을 보낸 후, 2학년 1학기가 시작됩니다.
이 때 전 운명적인 수업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송하석 교수님의 "서양 고전 철학"이라는 수업을 수강하게 되는 것이죠. (이 교수님의 멋짐을 알리고 싶어 실명을 거론합니다 흐흐...)
제가 다녔던 학교가 특이한 점이 "실사구시"를 지향하며 예체능 계열 학과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웬만한 학교에선 기초학문으로 존재하는 "철학과"는 애초에 생긴적도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교육대학에 있는 철학교수님들의 내공이 엄청납니다.
실제로 네이버 캐스트의 "철학의 숲"이라는 코너를 저희학교 교수님들이 도맡아서 진행하기도 했었구요.
이야기가 갑자기 딴길로 샜는데, 저는 이 교수님이 그러한 교수님들 중에서도 가히 최고의 철학교수님이라고 자부합니다.
"소피의 세계"처럼, 어려운 철학 지식들을 학생들이 소화하기 쉬운 방식으로 잘 해설해주시죠. 그렇다고해서 절대 원전의 내용에 충실하지 않으신 것도 아니구요.
이 수업을 시작할 때, 송하석 교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아마도 철학자들에 대한 해설서를 많이 접해봤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해설서들은 가공된 것들이므로, 진정한 철학의 맛을 알 수가 없죠. 저는 여러분에게 참치캔이 아닌 진정한 참치의 맛을 이 수업을 통해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엄청난 감동에 휩싸였습니다. 드디어 제대로된 교수님을 만났다는 생각에 말이죠.
실제로 이 수업은 철학 해설서들이 아닌, 원전의 발췌문들로 진행되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물론 이 말은 와전된 말입니다)로 알려진 대화편 "크리톤"에서부터 시작해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데카르트의 "성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등 여러 가지 철학 고전의 끝판왕들을 원전으로 읽어나가게 되죠. 여기서 원전이란 원서가 아닌 번역본이긴 하지만 해설이 되어있지 않은 책들을 말합니다.
수업의 방식은 "스터디 퀘스텬"이라는 질문지를 학생들에게 먼저 나눠주시고, 학생들은 원전을 읽어나가며 이 질문들을 채우게됩니다. 결코 쉬운 질문들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완전히 어긋난 방식으로 답을 채워나가게되죠.
수업 때 원전을 교수님과 함께 읽어나가며 이 질문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갑니다. 의문점이 생기는 학생들이 있다면 논쟁도 벌이게 되구요.
신기한 것은, 수업을 열심히 따라가다보면 처음엔 어설펐던 대답들이 나중엔 점점 정답에 도달하게 되고, 심지어는 원래의 답보다 훨씬 창의적인 답들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수업을 통해 책을 읽어나가는 방법과 철학적 사유를 하는 방법을 배웠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학문하는 것의 기쁨을 맛봤다는 것이구요.
그리고 이 수업에서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도덕의 황금률"을 배우게 됩니다.
도덕의 황금률이란 쉽게 말하면 내가 하기 싫은 건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를 좀 더 세련되게 말하면 "정언 명령"이라는 것이 되죠.
칸트는 "세상의 진리는 저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과 내 마음 속의 정언명령"이라고 할 정도로 이 법칙을 매우 중시하죠.
아직도 저는 이 원칙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잘 지키지는 못하고 있지만요 ㅠ
이 외에도 풀어놓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여백이 적어 적지 못하겠네요 ^^;
이렇듯 철학은 제 인생의 진로를 설정해주고, 좀 더 풍요로운 사유를 할 수 있게 도와준 학문입니다.
여러 분도 철학을 고루하고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가벼운 철학책으로 입문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
지금까지 제 삶을 빛내준 철학의 순간들을 이야기해봤습니다!
빔바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