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하자마자 카페에 가서 한시간을 기다리다가 운동에 가려고 했다. 카페에 가면 오늘은 꼭 달지 않은 음료를 마셔야지,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아메리카노... 읊으면서 들어갔지만 주문하시겠어요? 소리를 듣자마자 아이스 바닐라라떼요. 라고 말해버린다. 으 이 어마무시한 습관. 어쨌든 바닐라라떼를 먹게 되었다. 그냥 먹기로 하고 혼자 카페에 앉아있으니 옆 테이블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가 쫑긋한다. 웬만하면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하고 썩 듣고 싶지도 않지만 왜 자꾸 들리는지, 유치원 선생님의 애환부터 누가 커피를 쏜다는 이야기까지 다 들어온다. 비선택적으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막으로 쏟아지는 말들.
약국에 사주간 실습생으로 있으면서, 타인의 업장에 누가 되거나 영업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업장’ 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이 약국에 오면서 부터 인데, 국장님은 영양제를 사가지 않거나 자질구레한 것을 묻는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친절조차 내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뿐 아니라 신입 직원들과 신입 약사님에게 가지는 불만이 많으셔서 ‘한 번 말했던 것을 또 말하게 하지마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우리끼리 뭉쳐서 속닥속닥 협력을 꽤 했다. 이 약은 이렇게 쓰는 것이 맞고 무엇을 주의해야하는지 복약지도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알아서 하길 바라셨다. 물론 스스로 알아내는 것이 공부라지만 방금 처음 본 약을 무슨 성분인지 무슨 계열인지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얼른 나가서 복약지도하라고 재촉하는건 조금 힘에 부친다. 하드코어한 한 달을 보내며 꽤 순발력도 늘고 대처능력도 생겼으며 동시에 스트레스와 화를 얻었다. 이 곳이 네번째 직장이라는 직원과 단둘이 밥을 먹으면서, '그래도 사회생활 배운다고 생각해야죠.' 라고 하니 사회에 이런 곳 없단다.
앞으로 또 한 달 간은 서울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비워질 자취방을 어느정도 정돈하는데, 떠나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내 취향이 아님을 알고 있고 그걸 잊기 위해 본가를 베이스캠프로 두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엄마아빠에게는 미안하지만 집은 내가 완전히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사실 미안하지도 않지만. 가족들과 사이가 좋아지는 방법은 단연 떨어져 살기이다. 나 한 달 간 잘할 수 있을까? 내 삶을 나답게 살기, 그리고 가족들에게 잘하기. 같이 사는 이상 둘 다 어려울 것 같은데. 일단 내 방문의 1/3정도가 반투명 유리로 되어있다는 것부터가 실패다. 방금도 아빠는 20대 후반의 딸에게 늦었는데 뭐하느라 안자냐며 잔소리를..
내 삶은 전반적으로 영양가 없는 개그다. 빵 터져나오는 웃음이 아닌 헛웃음만 짓게 만드는 개그라이프.. 그나마도 말주변이 없으며 타인의 눈치를 너무 보기때문에 뚝심있고 매력있는 개그맨이 되지 못한다. 하 이거 다 개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