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보헤미안 랩소디' Queen
"나는 스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전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오프닝이 빠르게 지나간 후부터 영화는 놀랍도록 영화적 야심을 버린다. 최후의 20분, 다시 라이브 에이드 무대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 영화는 1970년부터 1985년까지 있었던 퀸의 결성 과정과, 공연, 성공, 갈등을 시간 순서대로 스케치할 뿐, 거기에 특별한 극적 긴장감이나 영화적 트릭을 넣고 가공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영화를 끌고 가는 건 8할 이상이 그 시절 퀸의 음악(과 그 음악에 반응하는 관객)이고, 나머지는 빙의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만큼 기가 막히게 실제 인물을 재현해낸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력이다. 이미 전설이 된 그들에 대한 헌사가 지나쳐서 영화가 겸손해진 것일까, 아니면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진 것일까?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결국 일체의 영화적 트릭을 배제하고, 모든 일화를 단순 스케치로 그려내는 과정에서 논란이 될 법한 내용에 전혀 무게를 두지 않으면서, 다소 심각해질 수 있는 모든 테마가 관객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가볍게 증발한다. 이민자 출신, 가족 갈등, 종교, 동성애, 에이즈까지 프레디의 일생에 있었던 모든 갈등 요소를 다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다. 대신 그 갈등의 순간마다 적절하게 퀸의 명곡을 깔아주면서 그것으로 아쉬운 부분을 채워 나간다.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제작에 깊이 관여한 점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건, 본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전개하는 과정에서 더 보여줄 것과 덜 보여줄 것을 직접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사실이다. 뒷 이야기로 전해진 것은 동성애 성향이 강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프레디 머큐리의 동성애자 생활과 타락, 짐 허튼과의 관계를 통한 회복을 좀 더 직설적으로 다루고 싶어 했지만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의 반대로 갈등이 심했다고 하는데 충분히 그런 충돌도 있었을 법 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스트레이트 워싱 논란으로 이어졌다. 결국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촬영 2주 분량을 남겨놓고 영화에서 물러났고, 촬영 소스만 남겨 놓은 상태에서 최종본에는 관여하지 못 했으니 브라이언 싱어가 원래 구상했던 영화와 어떻게 달라진 건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2주의 촬영 기간에 어떤 부분이 촬영되었느냐에 따라 영화가 꽤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든 이 영화는 영화적으로 매우 심심한 데다가, 지순한 첫사랑을 뮤즈로, 타락한 팜므 파탈을 남성으로 대체한 익숙하고 진부한 삼각 구도로 프레디 머큐리의 사랑과 일탈을 그려 넣고, '그땐 그랬지'라는 부담없이 친숙한 플롯으로 '락스타의 일대기'를 나열함으로써, 특별한 주제 의식이나 연출 의도가 모두 사라진 채, 다큐멘터리보다도 무미한 영화가 되어 버린다.
<사진 출처: 허핑턴 포스트>
하지만, 정말 어이없게도 이 영화는 관객의 가슴을 뛰게 하고, 누군가에겐 눈물을 흘리도록 만든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 놀라운 일은 이 영화의 모자란 부분을 관객이 직접 채운다는 점에 있다. 퀸이란 그룹을 몰라도, 객석에 앉아만 있으면 '내가 이렇게 많은 노래를 알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익숙한 멜로디들이 있다. '라이브 에이드'의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무대의 똑떨어지는 재현이 반갑다. 그리고 거기에 40년전 추억속에 있는 내가 겹쳐진다. 그 시절음악과 함께 그 시절로 돌아가는 120분의 타임 트래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 이 영화는 가지고 있는 숱한 단점을 뻔뻔하게 덮는다. 그리고, 마지막 20분에 그 단점들을 완전히 잊게 하는 마술을 부린다.
"Nothing really matters..."
영화의 최후 20분은 다시 웸블리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장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영화는 실제로 20여분간 진행된 1985년의 '라이브 에이드' 퀸 공연 장면을 피아노 위의 맥주컵 위치까지 정확하게 재현해낸다. 이 순간을 위해 영화 전체가 달려온 것처럼 공연 현장의 전율이 전해지고, 거기에 합성으로 구현해낸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과, 라미 말렉을 비롯한 배우들의 재현이 합쳐지면서, 영화 전체가 아무리 함량 미달이라도 이 20분 만큼은 지적할 수 없는 가공할 순간이 되어버린다. 물론 영화의 힘이라기 보다는 실화의 힘이고, 음악의 힘이다. 그렇다고 해도,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이 아쉬워지지 않는 것은 이 장면 때문일 것이다. 욕이 나올만큼 부족한 영화가 극장을 나올 땐 만족스럽다 못해, 눈물이 나는 신기한 영화, 관람을 추천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는 라이브에이드에서 끝나지만, 이후 5년 정도 이어진 프레디 머큐리의 삶은 자막을 통해 짧게 언급된다. 그리고 'Don't stop me now'와 'Show must go on'까지 2곡의 노래가 크레딧과 함께 이어지니까 영화가 끝났다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고 끝까지 자리 지켜주길 권하고 싶다. 쇼는 멈추지 말고 계속되어야 하니까.
트리비아
베이시스트 존 디콘 역의 배우는 '조셉 마젤로'다. 11살 때 쥬라기공원을 찍었던 그 깜찍한 남자 아이. 실제, 존 디콘과 너무 닮아서 놀랍기도 한.
보헤미안 랩소디를 퇴짜놓은 EMI의 고위 관계자는 마이크 마이어스. '웨인스 월드'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로 오프닝을 열었던 그 배우. '웨인스 월드' 오프닝을 보면 마이크 마이어스가 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첫 소절이 '스카라 무슈'였다. 이 영화에서는 본인이 '스카라 무슈가 대체 뭐야?'라고 말한다.
'I want to break free'의 그 괴이한 드랙퀸 뮤비는 실제랑 똑같다. 하지만 실제 프레디 머큐리의 드랙퀸이 라미 말렉의 재현보다 훨씬 더 괴랄한 느낌이다. 콧수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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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라디오 방송 주제는 'Queen' 특집으로 이어갈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