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NEW YORK 1ST ISSUE
광고가 없는 매거진!
일본에서 지내는 동안 Arne라는 잡지를 알게됬습니다. 어느날 서점에 갔을때 작고 귀여운 잡지가 눈에 띄였습니다. 집어들어 내용을 보니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인 +-0의 후카사와 나오토(MUJI의 제품디자인 자문위원)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있었고 귀여운 손글씨가 들어간 편집과 일러스트가 예쁜 잡지였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보니 500엔정도였습니다. 그 당시에 매거진하우스에서 나오는 부르터스와 펜 등의 잡지들에 비해 얇고 작은 이 잡지가 좀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인터뷰 내용이 너무 좋아서 구입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Arne는 디자이너 혼자서 기획하고 사진을 찍고 취재와 편집까지 했었고 사비로 인쇄까지 하는 1인 잡지사에서 만드는 잡지였습니다.
아르네(Arne)는 보통 잡지의 운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잡지 판매수익으로 잡지가 운영이 됩니다. 이제서야 가격이 이 작은 잡지가 500엔을 하는 이유가 이해가 갔습니다. 전에 에스콰이어 일본지사 관계자의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아마 대표였던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그분이 처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잡지의 가치는 무엇으로 정해진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분의 대답은 첫 페이지 광고비의 가격이라고 하시더군요. "사람들에게 인기있고 많이 읽히는 잡지이기에 명품회사들이 그 첫번째 페이지에 서로 비싼 돈을 지불해서라도 광고를 넣고 싶어한다"라는 논리였습니다. 맞는 말이겠지만 뭔가 나의 맘의 한켠에는 거부감이 남아있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알게된 Arne가 그렇지도 않다고 말해주는것 같았습니다.
뉴욕의 아시안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웹매거진
일본생활을 접고 미국에 온 후에도 언젠가 나도 Arne같은 잡지를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쭉 하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미국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날 뉴욕에서 일본 매거진하우스에서 일하는 모모코라는 친구를 알게됬습니다. 그 친구는 뉴욕에서 활약하는 아시안 아티스트들을 영어와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로 소개하는 웹매거진을 만들고 싶다며 저에게 한국어 번역을 부탁했습니다.
모모코라는 친구는 매거진하우스에서 뉴욕 기사를 담당하고 있었는데요. 지금도 재미있는 기획으로 펜이나 브루터스 뽀빠이 등에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웹매거진을 위해 각국의 친구들이 만나 첫 미팅부터 웹사이트 오픈까지는 1년이 좀 넘게 걸렸습니다. 같이 일하면서 그친구의 기획과 진행과정들을 가깝게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습니다.
드디어 시작한 잡지만들기
인쇄소 집안의 아들이었던 저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인쇄과정을 배웠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인쇄소에서 뛰어놀며 알게모르게 봐왔던 인쇄제작 과정이 지금의 큰 재산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차이나타운 출력소에서 중고로 내놓은 레이저프린터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한번에 200매까지 커팅이 가능한 재단기도 하나 구입했습니다. 출력과 재단이 가능한 저만의 간이 인쇄소가 만들어졌습니다. 만들어보고 싶은 내용을 기획하고 사진을 찍고 필요한 부분은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하며 겨우 완성한 매거진이 SIGHT NEW YORK 1ST ISSUE 입니다. 하지만 우여곡절끝에 편집을 마쳤지만 한권의 샘플만 만들었을 뿐 더이상 만들지 못했습니다.
스팀잇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하고싶은 일을 열정만으로 하기에는 힘이 들었습니다. 결국 출판이란 물리적인 시간과 돈이 들 수밖에 없고 또 원하는 만큼 사람들에게 노출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몇번의 좌절을 겪다보면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일들이 더이상 즐겁지 않고 오히려 부담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스팀잇에서는 달랐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다양한 분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느꼈고 식었던 열정이 다시 생기기 시작하는 요즘입니다. 저한테 언제일지 모르지만 더 좋은 글로 출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