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이솔)님의 '아날로그 사이언스’ 교보문고 과학분야 일간 판매량(온라인) 1위 달성 자축 이벤트 에 당첨됐습니다. 이벤트 내용도 잘 모르고 덜컥 댓글을 달았다가 당첨까지 돼버렸어요. 책을 받고도 읽던 책이 있어 미루고 있다가, 결국 읽던 책을 덮어버리고... (근 3주...) 오늘에서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보통 사람을 위한 감성 과학 카툰'이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저는 중1 때부터 음악을 했고, 그 어린 나이에도 대학 갈 땐 과학 성적이 안 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과학을 무척 싫어했기에 중1 때부터 지금까지 과포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번도 과학 공부를 해본 적이 없으니 저는 보통 사람보다도 지능이 떨어지지만, '그냥 시작하는 과학'이라는 말을 위안으로 삼아 독서를 시작합니다.
세상은 꽉 차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텅 비어있다. 마치 우주처럼
비어있는 원자를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문과생이라 그런지, 과학적 설명보다도 이런 감성적인 글들이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평소에도 언뜻언뜻 이솔님의 그림을 보았지만, 종이책을 통해 접하니 그 귀여움이 배가 되더라고요. 이 페이지도 너무 귀엽지 않나요? 교과서가 이랬더라면 좀 더 과학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해봅니다.
이 장면의 포인트는 바로 귀여운 에라토스테네스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림이 너무너무 귀여워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 왠지 이름도 귀여운 것 같은 기분)
이 책은 과학자 윤진님과 일러스트레이터 이솔님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저는 이 장면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작 내용은 전혀 이해가 안 되지만...(문과생) 두 분이 다정하게 장을 보고 돌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더라고요.
저는 편독이 무척 심합니다. 제가 읽는 책의 90%가 소설이고, 그것도 이제서야 겨우 고전이나 다양한 국가의 책을 읽어보는 정도에요. 편독을 벗어나려 가끔 철학이나, 과학책을 찾아 읽는데 기초 지식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쉽게 읽히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자체는 (제게) 어렵지만, 다른 책들에 비해 훨씬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이해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읽다 보니 책장이 술술 넘어가더라고요. 과학 이론이 나오는 곳곳에 이솔님의 감성도 함께 묻어나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몇몇 장면에선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예전에 칼 세이건의 < 코스모스 >를 읽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분명 과학책인데, 제게는 문학처럼 느껴졌어요. 소설 같은 일이 실제일 때, 그때 오는 감동이 엄청나더라고요. 어쩌면 과학은 가장 아름다운 문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아날로그 사이언스를 읽고 나니, 문득 제가 코스모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길고 긴 문단인데요. 깊은 감동에 엉엉 울면서 읽은 구절입니다. 저는 아날로그 사이언스 두 번째 시리즈, '그냥 시작하는 양자역학'을 기다리면서, 그 길고 긴 한 문단을 남기고 떠납니다.
다시 한번 좋은 책을 만들어주신, 그리고 그 귀한 책을 직접 선물해주신 이솔님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두 척의 보이저 탐사선이 지금도 별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각 탐사선에는 구리에 금박을 입힌 레코드판이 한 장씩 실려 있다. 레코드판뿐 아니라 레코드 바늘과 카트리지도 실려 있으며 알루미늄 겉표지에는 사용법이 적혀 있다. 혹시 성간 항해 중인 외계 문명인이 있다면 그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린다는 뜻에서 레코드판에 인간의 유전자, 사람의 두뇌, 우리의 도서관 등에 관한 정보를 약간씩 기술해 뒀다. 그렇지만 우리의 과학에 대한 정보는 전혀 싣지 않았다. 보이저 탐사선과 외계 문명인이 만날 때쯤이면 보이저 탐사선이 지구로부터 마지막 지시를 받은 지 꽤 오래된 후일 것이다. 그런 보이저 탐사선을 광막한 성간에서 가로챌 수 있는 수준의 문명권이라면, 그들의 과학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을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과학적 발견 대신에 우리 자신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생각되는 사실만을 그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그래서 R-영역이 아니라 대뇌 피질과 변연계가 더 큰 관심을 가질 만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기술했다. 보이저를 만나게 될 외계인들이 지구인의 언어는 모르겠지만, 이 레코드판에 예순 종류의 언어로 된 사람의 인사말을 수록하고 혹등고래들이 주고받는 인사말 노래도 채록하여 수록했다. 세계 각지에 사람들이 서로 보살피고 배우며 도구와 예술품을 만들고 각종 도전에 응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이 레코드판에 수록했다. 지구상 여러 문화권에서 즐기는 음악을 1시간 30분 분량으로 편집하여 레코드판에 수록했다. 여기에 실린 음악은 지구인이 느끼는 우주적 고독감, 이 고독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경, 외계 문명과 접촉하고 싶은 우리의 갈망 등을 표현하고 있다. 생명 출현 이전부터 인류 탄생이 있기까지 지구에서 들을 수 있었지 싶은 자연의 소리와 함께 이제 싹트기 시작한 기술 문명이 내놓는 각종 소리도 수록했다. 흰긴수염고래가 바다 속 깊은 곳으로 사랑의 노래를 보내듯이, 이 레코드에 우리의 우주적 이웃에 대한 인류의 사랑을 실어 우주 저편 먼곳으로 보내는 셈이다. 레코드에 실은 우리 메시지의 대부분, 아니 그 전부를 그들은 필경 해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사랑의 노래를 띄우는 것은 우리의 이러한 시도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