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님의 글 [qrwerq, photo] trees 로부터 시작되었다.
Lombok, May. 2018, Nexus 5x
(쿡쿡. 꼭 해보고 싶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그리고 그 취향이 희귀할수록 반가움의 정도는 깊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글을 읽었을 때 그런 반가움이 들었다. 아주 단순한 이유, 같은 핸드폰을 사용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구글 레퍼런스폰 넥서스 5x를 2년 가량 사용했지만 실제로 이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처음 만나봤기에 그 반가움이 배가 됐다. (핸드폰도 취향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그런대로 불편하지 않으니 쓴다'는 점에서 취향인 것 같다)
님은 종종 글에 직접 찍은 사진을 함께 올리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사진 아래 적혀 있는 'Nexus 5x'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같은 핸드폰으로 찍었다고 믿기 힘든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내 넥서스 5x로 뭔가를 담아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선예도가 좋거나 색감이 다채로운 사진을 좋아한다. 나는 뷰파인더로 보는, 카메라 LCD를 통해 보는 사물을 좋아한다. 사소한 것들이 렌즈와 바디를 거쳐 반짝반짝 빛나게 되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진을 보고 있자면 왠지 내 일상도 조금 더 반짝이는 것 같은 기분도 함께 들곤 한다.
카메라를 내려두고 핸드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봤지만 선예도가 좋거나 색감이 다채로운 사진를 쫓는 내게는 도저히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무슨 카메라로 찍어도 예쁠 풍경을 찍었다. 반칙이지만 어쨌건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위에 올려둔 사진을 찍은 뒤론 좀 더 편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꺼내들게 되었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은 수수한 매력이 있다. 소박하게 일상을 담아내는 단정함도 있다. 찰나의 순간을 좀 더 편리하게, 그리고 남김없이 담아낸다. 나는 빛이 담긴 두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 글을 올리고 다시 또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진다. 조금이라도 더 선명하고 다채로운 사진을 위해 렌즈도 바꿨다가, 뒤로 물러갔다가, 쭈그리고 앉았다가 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적당히 뭉개지고 적당히 날아가고 적당히 흔들리는' 사진도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핸드폰과 나(와 잠들어있는 카메라가 한 장에 담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