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꿀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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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웠다가 추웠다가... 변덕스런 날씨처럼 내 마음도 꿀꿀하다. 얼마전 나는 학생 두 명을 데리고 면접을 다녀왔다. 분위기도 좋았고... 급여는 넉넉치 않았지만, 담당 팀장의 인상이 너무 좋았다. 돈을 떠나서 제자가 꼭 여기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학생은 장애등급이 없다가...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일부러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아두었다. 면접 보는 날, 짜장면을 사주러 중국집에 갔다. 내 자리에 먼저 수저와 물을 놓아주는 센스 있는 학생이었다.
오늘은 나와 담임교사가 함께 학생을 응원하기 위해 회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전공부장입니다.
오늘 담임 선생님과 학생 현장실습 확인겸..
응원해주려고 방문하고자 합니다. 가능할지요?
그 쪽에서 조금 망설이더니,말을 꺼낸다.
네... 오셔도 됩니다.. 그런데...
아마 학생의 취업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장실습이 끝나면...
예. 알겠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담당자에게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았다.
긴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15분 동안 운전하며 수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작은 음료수 한 박스를 가지고 회사로 들어갔다.
나는 이미 이 학생이 약 7일 뒤 현장실습후, 짤릴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앞에 앉은 21살 젊은 청년은 그 사실을 모른다. 학생은 땀을 뻘뻘 흘리며, 손에 쥔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허겁지겁 먹는다. 일을 해서 그런지 옷도 더럽고, 머리에는 땀을 흘린 자국이 흔건하다.
그래도 선생님들이 응원차 방문해서 인지, 잠깐 대화하는 동안 연신 기분 좋게 웃는다.
바보 같은 녀석... 7일 후면 짤릴 것도 모르고...
후........ 한 숨이 나왔다.
피해자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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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취업 여부에 상관없이, 그냥 열심히 뛰어다니라고 했다. 어른들께는 인사 꼬박꼬박 잘하고, 자기 일 다 끝나면 도와드릴 것 없는지 물어보고 찾아보라 했다. 하지만... 이미 이 학생은 다 할 줄 아는 친구다.
담당 팀장이 여자인데, 전에도 봤지만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장애를 핑계로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것은 도의가 아니다. 취업 여부는 오직 회사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들어보니... 팀장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학생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 학생 때문에 힘들다고 했단다.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이 친구는 혼자 현금계산, 교내 카페, 교내 우체국, 교내 인쇄소, 학교 전체 택배, 학교 전체 프린터 카트리지를 관리하던 학생이다. 예의도 바른 친구고.. 일 할 때는 뛰어다니는 성실한 학생이다.
아마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은 열심히 일하고 있고... 장애학생이 한 명들어와서.. 본인이 참 힘들다며... 우는 소리를 한 것 같다.... 그 작업들은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함께 하는거라.. 특별하게 어렵거나 복잡한 일도 아닌데... 장애 학생 한 명 같이 일해도 되는 충분히 되는 일인데...
우리 나라 선진국? 아직 멀었다. 아직도 사람들은 복지나 기부라고 하면..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건 착각이다.
복지는 동정이 아니다. 그것은 당연한 권리며,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권리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장애인은 그 개인이나.. 그 가족만의 문제라고... 사람들은 착각한다. 본인이나 본인 주변엔 장애인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전공분야 전문가로서, 팩트를 남겨두고 싶다. 이 세상에 누가 장애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 엄마 혹은 아빠의 탓이 아니다. 스팀잇에 글을 남기면 영원히 박제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장담한다.
장애는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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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다른 학생을 응원하러 간다... 내일은 좋은 소식이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