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군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누구나 한번쯤은 지원해볼만한 카투사를 나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들 꿀이라 생각해 친구들끼리 치맥을 하다가도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너는 치킨먹지 말고 치킨무만 먹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장난을 치곤하지요 ㅋㅋ.
아무쪼록 저는 카투사 중에서도 전방 부근에서 근무를 했는데요. 훈련도 자주 나가고, PT (Physical Training)도 빡세고, 군기도 꽉 잡힌 그런 보직에 있었습니다. 저는 불평은 해도 워낙에 적응은 빠른 편이라 처음은 힘들었으나 틈틈이 선임들과 친해졌고 또 지치지 않게 쉴 줄 아는 요량도 금방 터득했습니다.
후임 생활을 오래 한 터라 저는 상병 2호봉쯤에 첫 후임을 받았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둥절한 신병을 데리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일도 차근차근 알려주고, 또 미군들에게도 정성스레 소개해 줬습니다. 아직 많이 낯설 것 같아 한 첫 1~2주간을 작업에서도 빼주고 혼자 쉴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줬습니다. 처음에 너무 많이 풀어준게 화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병이 될 때 까지도 따로 시켜야만 일을 하고 그마저도 잘 하지 못했습니다. 작업이 생겨서 하나 둘 다 밖으로 나갈 때도 혼자 멀뚱히 서 있다가 미군 동료가 Hey! What are you doing? Let's go! 하면 느지막이 나가서 일을 하곤 했습니다.
그 날은 작업을 하기 전에 교육을 받았던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통 교육을 진행할 때는 미육군에서 나온 파워포인트를 중점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Q&A 방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그날은 카투사인 제 후임도 참여시키고픈 마음에 미군 병장이 질문을 했는데 당황한 나머지 답을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답을 못하던 그 순간 방안에 있던 모든 미군들이 제 후임을 쳐다봤는데 그 순간 막중한 압박감과 함께 모멸감을 느꼈다고 고했습니다. 평소에도 영어를 못하는 데에서 오는 설움이 교육이 끝나고 작업에 나가서 일을 하는 도중 폭발해 화장실의 문을 부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사건 이후로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일도 남들처럼 그렇게 빡세게 하지 않고, 카투사인지라 배식도 괜찮게 나오고, 항상 물어보면 군 생활이 할 만하다 말했던 후임 이였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는 큰 도움이 필요 없겠구나! 라고 생각해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사람이건 짐을 짊어지지 않은 사람이건 누구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는 건 마찬가지인데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사회에서도 직장도 괜찮고 주변 문제도 없어 보이고 사는 게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여럿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항상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기에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쯤은 괜찮은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물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사정이 있어 남들과 같은 명절을 보내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혹시나 모를 그 분들에게 따뜻한 한마디 전해주는 게 어떨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