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롯데그룹의 이인자 이인원 정책본부장이 경기도 양평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검찰은 비자금, 제2 롯데월드 건설 과정에서의 부정 등 롯데그룹의 비리를 수사하고 있었다. 이 본부장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었다.
그때 나는 사회부 사건팀 기자였다. 이 본부장의 시신이 발견됐으므로, 나는 양평으로 가야만 했다. 강변북로를 탔다. 오른쪽으로 제2 롯데월드가 보였다. 비쭉 솟은 건물은 거대한 칼 같았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경찰은 숨진 이 본부장을 수습해 양평의 한 장례식장 특실로 옮겼다. 벽에 금이 가고 색이 바랜 삼층짜리 건물이었다. 건물 뒤편에 1층짜리 가건물이 있었다. ‘특실’이라는 팻말이 가건물 앞 공터에 홀로 서 있었다. 이 팻말은 도무지 특실 같아 보이지 않는 건물이 특실이 맞다고 우기고 있었다. 생전에 그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이었다고 했다. 다 부질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 본부장이 특실에 머문지 대여섯시간이 지났다. 경찰은 이 본부장을 부검하겠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겼다. 언젠가 국과수 부검을 참관한 적이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재벌도 부검했고 노숙자도 부검했다. 죽으면 저 철제 부검 침대 위에 눕는 건 다 똑같다”고 말했다. 그때 나는 재벌도 싫고 노숙자도 싫다고, 평범하게 살다가 자연사했으면 좋겠다고, 부검 침대에 누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본부장은 유서에 “롯데에 비자금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간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고 썼다. 그해 10월 검찰은 신동빈 롯데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를 불구속기소 하고 수사를 끝냈다. 당시 언론은 롯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이 본부장의 죽음이 검찰에 악재였다고 보도했다.
이 본부장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신 회장은 지난달 13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1심 재판에서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은 신 회장이 최씨의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추가로 제공한 것은 면세점 추가선정을 위한 묵시적 청탁이었다고 보고 유죄 판결했다.
[차못쓴]은 차마 쓰지 못한 이야기, 차마 기사화하지 못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