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제주는 산 좋고 물 좋고 소주가 맛있는 섬이다. 언젠가 고백한 적이 있다. 나는 희석식 소주 중에 제주 소주 한라산을 최고로 꼽는다. 제주 소주가 맛있는 이유는 아마 물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아, 그런데 한라산 말고도 제주도산 소주가 또 있었다. 2016년 12월 신세계그룹이 ‘제주소주’를 인수해 지난해 7월 ‘푸른밤’이라는 새 소주를 출시했다. 그 이름 참 곱다. 푸른밤이라니. 제주도의 푸른 밤.
푸른밤은 알코올 도수가 낮은 ‘짧은밤’, 상대적으로 높은 ‘긴밤’ 이렇게 두 종이 있다. 짧은밤은 16.9도, 긴밤이 20.1도다. 긴밤을 먼저 마시면 짧은밤이 맛이 없겠지. 짧은밤부터 맛보기로 한다.
잠깐, 먹기 전에 얼굴부터 좀 보자. 참이슬, 처음처럼과 마찬가지로 푸른밤도 초록색 병안에 들어 있다. 짧은밤은 파란색 띠로, 긴밤은 빨강 띠로 장식했다. 이 또한 참이슬을 연상하게 했다.
그래 뭐 맛만 있으면 됐지. 짧은밤에서는 소주 냄새가 난다. 익숙한 냄새다. 술을 한 입 머금고 음미한다. 제주산 소주, 짧은밤이라는 이름, 파랑색 등에서 기대한 것과는 다른 맛이다.
나는 짧은밤의 바디감이 가벼우리라 생각했다. 아니다. 짧은밤은 꽤 묵직하다. 나는 짧은밤이 깔끔하리라 생각했다. 아니다. 짧은밤은 꽤 달콤하다. 목넘김은 부드럽다. 피니시는 살짝 매콤하다.
소주를 음미하는 사람은 드무니까, 평소 소주를 마시듯 짧은밤을 단숨에 들이킨다. 음미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겁고 달고 스파이시하다.
긴밤의 뚜껑을 돌려 깐다. 붉은색이 마치 “나는 더 독한 놈”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냄새야 뭐. 소주다. 딱 높아진 도수만큼 맛도 더 화끈하다. 알코올이 조금 더 사납게 톡 쏜다. 질감은 더 무겁고, 뒷맛이 상당히 달다.
좋게 말하면 무난하다. 신랄하게 말하면, 개성이 없다. 인상적이지 않은 후발주자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참이슬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글쎄. 호기심에 몇 번 마시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대형마트에서 375㎖ 한 병에 각각 1200원 선. 다시 사 마시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