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겨울이 온다. 매화는 겨울에 핀다. 그러므로 매실주를 마시자.
국내 매실주계의 양대 강자, 매취순과 설중매를 차례대로 마셨다. 그냥 매취순, 그냥 설중매를 마신 게 아니다. 프리미엄 제품인 매취순 10년과 설중매 골드 프리미엄을 마셨다.
매취순 10년은 10년 숙성한 매실주 원액을 블렌딩한 술이라고 한다. 얼마나 넣었는지는 모른다. 안 써놨다. 진한 매실색 병에 넣었다. 병뚜겅, 라벨을 금색으로 칠해 프리미엄 제품임을 드러낸다.
술의 빛깔은 짙은 금빛이다. 매실향이 아주 깊다. 살짝 머금으면 시큼하고 쌉싸름하다. 매실의 풍미가 묵직하다. 제법 보디감이 있다.
첫인상은 드라이한데, 피니시에서 단맛이 올라온다. 단내와 알코올 기운이 동시에 느껴진다. 마신 뒤에는 약간의 신맛, 끈적이는 단맛이 남는다. 뒷맛이 썩 좋지는 않다.
설중매 골드는 생김이 화려하다. 병 바닥에 큼지막한 매실 세 알이 있다. 술병을 흔들면 안에서 금박이 춤을 춘다. 진짜 금박이다. 매실과 금박이 맛을 좌우하지는 않겠지만, 분위기는 좌우한다.
가벼운 금빛이다. 냄새도 매취순 10년에 비하면 연하다. 약간 비리기까지 하다. 조금 머금자 아주 드라이한 맛이 난다. 비리고 떫은 맛 속에 매실맛이 숨어있다.
보디감은 가볍다. 피니시에서 제법 술맛이 올라온다. 역시 약간 떫다. 달지는 않아서 매취순 10년보다 뒷맛은 한결 깔끔하다. 설중매 골드는 전혀 달지 않다.
설중매 골드 첫 잔은 아주 별로였다. 그런데 마실수록 괜찮았다. 비릿함과 떪은 맛이 싫었는데, 거푸 잔을 들수록 매력이 보였다.
보통 매실주를 마시는 자리에서 술맛을 음미하지는 않으니까, 소주 마시듯 상당한 양을 입안에 털어넣는다. 느낌이 또 다르다.
매취순 10년은 진한 맛과 향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조금 부담스럽다. 반면 설중매 골드는 원샷하니 홀짝일 때보다 더 좋다. 비린 맛, 떫은 맛, 매실향이 뒤섞여 조화롭다.
혼자 조금씩 먹기에는 매취순 10년이, 술자리에서 반주하기에는 설중매 골드가 낫다. 매취순 10년 500㎖ 한 병은 대형마트에서 7000원, 알코올 도수는 16도다. 설중매 골드는 360㎖에 약 6000원, 알코올 도수는 14도다.
앞에 적었듯, 매취순 10년은 10년 숙성했다는 원액을 얼마나 넣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설중매 골드에는 원액 주정 36.9%가 들어갔다. 둘 다 화이트와인, 설탕 따위로 맛을 냈다.
나는 술에 설탕 따위를 넣는 것이 싫다. 하지만 그려러니 하기로 했다. 좋은 재료로만 빚은 술이 좋은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이 가격에 먹을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