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못쓴]은 차마 신문에 쓰지 못한 이야기, 기사화하지 못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정현을 만난 적이 있다. 2014년 9월 18일 정현은 열여덟 살이었고 나는 체육기자였다. 인천 열우물코트에서 인천아시안게임 테니스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정현을 인터뷰했다. 아시안게임 개막 하루 전이었다.
인터뷰 전 사진으로 본 정현은 별로 크지 않았다. 오히려 마른 편이었다. 실제로 본 정현은 한 마리 검은 종마 같았다. 키가 크고 골격이 컸다. 어깨가 직선으로 쭉 뻗었고 길쭉한 팔과 다리가 팽팽했다. 단단하고 강해 보였다.
어른의 몸에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까맣게 탄 얼굴은 여드름 투성이었다. 흰색 플라스틱 고글이 도드라졌다. 지금처럼 숱이 많은 머리가 제멋대로 엉켜 있었다. 목소리가 굵직했다. 그는 조금 부끄러워했다. 묻는 말에만 겨우 대답했다. 그 짧은 대답에서 자신감이 보였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특별히 경계하는 선수는 없다. 매 경기가 일대일 싸움이다. 그 승부에 집중해야 한다. 누구를 만나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큰 시합이다.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부담감을 떨치려고 시합에만 집중하려 노력한다. 아직 어리니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브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 잘 알고 있다. 더 묵직하고 정확한 서브를 넣으려고 연습한다. 약점이 있다면 강점도 있는 법이다. 주위에서 뭐라고 해도 신경 안 쓴다.”
“나는 테니스가 좋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테니스 시작한 거 후회한 적 없다.”
“승부욕이 강하다. 경기에서 지는 건 못 견딘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
정현은 같은 달 30일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테니스 복식에서 임용규와 한 조로 금메달을 땄다. 정현은 경기가 끝나고 이렇게 말했다.
“군 문제가 해결됐다. 2년을 벌었다.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고 싶다. 더 열심히 하겠다.”
당시 정현에 대한 테니스계의 평은 대개 “걔는 서브가 약해서 안 돼”로 수렴했다. 아시아는 몰라도 세계적인 선수로 크기에는 힘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었다. 이때 정현은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 183위 였다. 한국 선수 중 그보다 순위가 높은 선수는 없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호주오픈 중계에서 본 정현은 4년 전보다 훨씬 우람해져 있었다. 두툼해진 몸통과 엉덩이, 허벅지는 정현의 열심의 증거였다. 현재 프로필상 정현의 키는 187㎝, 체중은 83㎏이다. 정현은 지금 세계 58위다. 이번 대회 결과를 반영하면 순위는 더 오를 것이다.
나는 취재원과 함께 사진을 찍지 않는다. 정현과도 안 찍었다. 조금 후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