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내가 마셔본 사케라 봐야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나도 사잘알(사케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할 자격은 없다. 그래도 나보다 더한 사알못(사케 알지 못하는 사람)에세 술 한 병쯤은 추천할 수 있다. 가격이 적당하고 맛도 준수한 녀석이다.
월계관 준마이 750(이하 월계관 준마이)이다. 어지간한 술꾼이라면 들어보았을, 마셔도 보았을 녀석이다. 너무 비싸지 않고 품질이 준수하다. 너무 달지 않다. 소주에 익숙한 우리 입에도 잘 맞는다. 입문용 사케라 할 만하다.
짙은 녹색병 안에서 월계관 준마이가 찰랑댄다. 술병을 열어 잔에 기울이면 거의 무색에 가까운, 아주 옅은 노란빛 액체가 쏟아진다. 술도가는 월계관 준마이를 상온에 두고 먹거나, 약간 차갑게 마시라고 추천한다.
상온에 둔 월계관 준마이에서는 누룩향이 섞인 은은한 향이 난다. 첫맛은 시큼하다. 달큰하고 신선한 과일맛이 뒤따른다. 목구멍의 직전에서 다시 시어진다. 꽤 시다. 알코올 기운도 제법 올라온다.
부드럽게 넘어간다고 막 마시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월계관 준마이의 알코올 도수는 15.6%다. 요즘 도수가 낮은 소주와 비슷하다. 하지만 목넘김은 완전히 다르다. 소주는 짜릿하지만, 월계관 준마이는 미끄러진다.
감칠맛은 다소 아쉽다. 그래도 가격을 생각하면 납득할 만하다. 더 기대하면 도둑놈 심보이겠지. 준마이급 사케에서 감칠맛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감칠맛이 좋은 사케는 입에 착착 감기는데 월계관 준마이는 그렇지는 않다.
차게 식은 월계관 준마이는 덜 향기롭다. 선명했던 신맛이 희미해진다. 은근했던 단맛마저 거의 자취를 감춘다. 상대적으로 신선한 과일의 풍미가 도드라진다. 목넘김이 더 부드럽다. 알코올 기운도 순하다. 좋다.
월계관 준마이가 입에 맞으면 정미율(쌀을 깎아낸 정도)이 더 높은 준마이 긴조, 그보다 더 정미율이 높은 준마이 다이긴조급 사케를 맛보자. 정미율이 높을수록 술에서 잡내가 사라진다고 한다. 물론 가격도 높아진다.
일본 술인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대량 생산한다. 덕분에 가격이 싸졌다. 750㎖에 약 1만 5000원이다. 쌀과 누룩, 정제수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정미율은 70%다. 다시 사 마실 의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