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배와 매실과 구운 매실(오매)로 술을 빚었다. 아, 벌써 향기롭게 취하는 듯하다. 그 술의 이름은 ‘오매락’이다. 전통술 도가 배상면주가가 만들어 파는 술 중에 제일로 비싸다. 500㎖ 한 병에 3만 8000원이다.
자매품으로는 ‘오매락퍽’이 있다. 사실 이게 본품일지도 모르겠다. 오매락을 넣고 그 겉을 토기로 한 번 더 에워싸 봉인한 제품이다. 제품에 동봉한 망치로 겉에 토기를 깨부순 뒤 마시면 된다. 500㎖ 한 병에 5만 2000원이다.
오매락과 오매락퍽은 병을 감싼 토기와 망치의 존재 여부만 다르다. 술 자체는 완전히 같다. 세리머니용이 아니면 굳이 퍽을 살 필요는 없을 듯하다. 나도 그냥 오매락을 샀다.
오매락은 흰 자기 안에 들어있다. 주둥이는 코르크로 막았다. 뚜껑을 까고 술병을 기울인다. 아주 밝은 금빛 액체가 술잔에 쏟아진다. 배 때문일까. 신선한 과일향과 단내가 난다. 잔을 돌려 점도를 본다. 약간 묽은 편이다.
한 모금 마신다. 잘 익은 배다. 술을 혀 위에서 굴린다. 점점 달아진다. 목구멍에서 술은 벌꿀이 된다. 희미한 아카시아꿀 향마저 난다. 피니시도 벌꿀향이다. 알코올 도수 40도의 화기가 섞인 벌꿀이다. 단내가 꽤 오래 입안에 감돈다.
전통주는 작은 잔에 따라 단숨에 삼키는 맛도 있어야지. 오매락을 작은 잔에 따라 원샷한다. 술을 급히 넘기는 만큼 혀는 별맛을 느끼지 못한다. 꽤 많은 독주가 단숨에 넘어가니까 속이 달아오른다. 덩달아 단맛과 화기가 더 세진다.
온더록스에서는 어떨까. 큼직한 구슬 얼음을 온더록스 잔에 넣고 오매락을 따른다. 달콤함 대신 묘한 맛이 올라온다. 이상하게 씁쓸하다. 별로 기분 좋은 맛이 아니다. 오매의 풍미인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스트레이트가 낫다.
여름이다. 하이볼을 만들어 먹자. 하이볼 잔에 얼음을 넣고, 샷잔으로 1.5잔의 오매락, 샷잔 5잔쯤의 탄산수, 레몬 원액 두 방울을 떨어뜨린다. 밍밍하게 달고, 약간 맵고, 쓰다. 역시 스트레이트만 못하다.
신화 속에서 신들이 마신 술의 맛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벌꿀 같은 달콤함 때문일 것이다. 성분표를 보니 꿀은 안 들어있다. 대체 어떻게 이런 단맛을 구현했는지. 잘 만든 술이다. 다만 내게는 너무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