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불을 마신 것 같았다, 뜨겁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10년산 몰트위스키 탈리스커10을 먹었다. 탈리스커는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의 증류소에서 빚는다. 증류소는 바다와 맞닿아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숙성해서일까, 탈리스커에서는 신선한 바닷물 맛도 난다.
탈리스커는 진한 피트향으로 유명하다. 그 개성 때문에 탈리스커에 한번 맛을 들인 술꾼들은 도무지 거기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한다고 한다.
내게 이 술을 소개해주신 술잘알 님은 말씀하셨다. “탈리스커는 평양냉면 같아요. 처음에는 먹으면 맛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다가 중독돼 버리잖아요. 탈리스커도 그래요.”
덕분에 나도 탈리스커에 빠져버렸다. 코르크 마개를 열면 피트향이 왈칵 쏟아진다. 향부터 보통내기가 아니다. 잔에 따른 탈리스커는 적당한 캐러멜 빛을 띤다. 코를 가까이 댄다. 피트가 콧구멍을 비집고 들어와 소용돌이친다.
한모금 마신다. 아, 피트가 압도한다. 짠내도 난다. 슬슬 입이 달아오른다. 목젖을 향해 술을 미끄러뜨린다. 감귤향, 흙냄새가 있다. 목구멍의 목전에서 캐러멜과 벌꿀의 달콤한 맛이 난다. 바디감은 보통이다.
피니시에서는 피트향과 짭조름한 바닷물의 풍미가 뒤섞인다. “음 역시 피트로군” 할 무렵 뜨거운 기운이 콧구멍으로 빠져나가면서 화사한 꽃향기를 남긴다. 거기에 언뜻 바닐라 냄새가 풍긴다. 잔향이 아주 오래 남는다.
너무 더웠다. 하이볼이 먹고 싶었다. 님께 여쭈었다. “비율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님은 동문서답했다. 아니, 우문현답이었다.
“월요일에는 산펠레그리노 같은 순한 탄산수로, 피곤한 목요일이나 금요일에는 알갱이가 거칠어 청량한 탄산수로 드세요. 비율은 적당히 위스키 한 잔 반에, 탄산수를 잔의 팔부 정도 따라주세요.”
주(酒)여 아멘.
수요일이었던가, 목요일이었던가. 나는 피로했다. 그래서 탄산이 강려크한 트레비를 샀다. 님은 레몬이나 라임을 넣으면 좋다고 하셨지만, 없었다. 레몬 원액은 있었다.
하이볼 잔에 커다란 위스키용 구슬 얼음을 넣는다. 샷잔으로 탈리스커를 한 잔 반 따른다. 얼음과 잔 사이에 걸려있던 탈리스커가 꼬르륵 흘러내려 잔의 바닥에 깔린다. 트레비를 팔부까지 따른다. 레몬 원액을 세 방울 떨어뜨린다.
마신다. 톡톡 터지는 탄산 사이로 탈리스커의 피트향이 풍긴다. 아, 좋다. 탈리스커, 그냥 마셔도 하이볼로 마셔도 좋을 술이다. 다시 살 의향 있다. 알코올 도수 45.8도. 700㎖ 한 병에 약 6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