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만찬주가 귀주 마오타이라고 했다. 그 기사를 읽었을 때부터, 아니 실은 그보다 훨씬 전, 그러니까 중국의 내로라하는 권력자들이 지하 창고에 쟁여놓고 마신 술이 마오타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마오타이 한 잔 맛보기를 간절하게 원했다. 얼마나 맛있는 술이기에 그랬을까.
세상에는 좋은(비싼) 술이 넘쳐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싼 술의 기준을 조니워커 블루라벨로 잡는다. 2년 전 면세점에서 마오타이 500㎖ 한 병이 조니 블루 1ℓ보다 비쌌다. 마오타이에 대한 열망을 억눌러야만 했다. 중국 본토에서 마오타이의 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하니, 이제 그보다 더 비싸졌을 것이다.
그랬는데 얼마 전 대형마트에서 이상한 녀석을 만났다. 종이 상자에 담긴 중국 술이었다. 상자를 빨강과 하양과 금색으로 장식했다. 왠지 낯이 익었다. 마오타이?! 마오타이였다. 거기엔 분명 영어 필기체로 마오타이 어쩌고, 또 한문으로 모태영빈주라고 써 있었다. 설마 한국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서 가짜를 팔지는 않겠지.
그것의 정식 이름은 ‘마오타이 영빈주’였다. 500㎖ 한 병에 3만 7000원이었다. 귀주 마오타이는 언감생심이었지만, 이정도라면 한 병 살 만했다. 급히 구글링했다. 이상한 것을 넣거나 장난질을 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마오타이 공장에서 만든 진짜 마오타이였다. 마오타이이되 다만 저렴이 마오타이였다.
마오타이인데 왜 이렇게 싸단 말인가. 숙성 기간 때문이었다. 귀주 마오타이는 생산하는 데 1년, 숙성하는 데 5년이 걸린다고 했다. 마오타이 영빈주는 숙성을 거치지 않는다고 했다. 숙성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마오타이 영빈주의 맛은 귀주 마오타이보다 한참 못 미칠 것이었다. 그래도 그 풍미가 비슷한 데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샀다.
병뚜껑을 돌려 까니 확 짭조름하고 고릿한 냄새가 퍼졌다. 백주를 안 먹어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냄새의 백주는 처음이었다. 고량주는 그 향에 따라 청향형, 농향형 등으로 구분한다. 마오타이는 장향형이다. 여기저 장은 된장, 간장 할 때 그 장이다. 내가 알기로는 장향형 백주는 극히 드물다.
방에 있던 아내가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왔다가 “이게 무슨 냄새야. 음식이 상했나?”라고 말했다. 나는 “술 먹는 중이야. 중국 술”이라고 대답했다. 아내는 “아 어쩐지 중국집에서 나는 냄새 나더라”라고 말했다. 아내에게 한 잔을 권했다. 아내는 살짝 입을 댔다. 아내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연태고량주가 낫다”고 그가 말했다. 나도 속으로 동의했다.
술을 투명한 잔에 따랐다. 술도 투명했다. 점도가 꽤 높았다. 코로 냄새를 빨아들였다. 짠내가 났다. 아주 진한 짠내였다. 거기에 알싸한 화장품 향 같은 게 섞여 있었다. 한모금 머금고 음미했다. 혀의 중간까지는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저 진득한 물 같았다. 혀의 중간 즈음에서부터 입안이 달아올랐다. 역시 알코올 도수는 53도짜리 술이었다.
꿀꺽 삼키자 속이 뜨거웠다. 그런데 그 와중에 청량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술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동시에 화기가 콧구멍으로 빠져나왔다. 간장 냄새가 났다. 식도가 빨리 달아올랐다. 식도에서 위장까지 뜨끈뜨끈했다. 마오타이 특유의 짭조름한 장향이 아주 오래 입에 남았다.
삼킬 때 조심해야 한다. 가끔 삼키다가 거칠게 넘어가 목구멍 상단에 마오타이 영빈주가 닿았다.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술을 먹으면서 한 시간쯤 놀다가 잤다. 너무 더워서 새벽 4시쯤 깼다. 뱃속이 계속 뜨뜻했다. 여전히 입안에서 마오타이 영빈주 냄새가 났다. 양치를 하고 잤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