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차게 식은 한라산 소주에서는 보드카 맛이 난다. 물이 좋아서일까. 독하면서도 깨끗하고, 순수하다. 가히 희석식 소주의 왕이라 할 만하다.
10여년 처음으로 전 제주도에서 한라산을 맛봤다.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그 이후로 한라산을 파는 술집에서는 꼭 한라산만 마신다.
의심 없는 믿음은 위험하다. 한라산에 대한 내 평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로 했다. 가장 대중적인 참이슬과 비교해 마셨다.
알코올 도수가 21도인 한라산, 도수가 비슷한 참이슬 클래식(20.1도), 별책부록으로 참이슬 후레쉬(17.8도)를 각각 두 잔씩 먹었다.
참이슬 후레쉬에서는 전형적인 소주 향이 난다. 익숙한, 비릿하고 씁쓸한 맛이다. 클래식은 후레쉬보다 딱 2.3도만큼 독하다. 더 얼얼하고 뜨겁다.
한라산에서는 알코올 향이 거의 나지 않는다. 끝맛의 차이가 확연하다. 참이슬의 목넘김은 매콤하고 알싸하다. 한라산은 깔끔하게 넘어간다.
혹여 알고 마셔서 다른 걸까. 한라산과 참이슬 클래식을 블라인드 테스트했다. 냄새가 확연하게 달라서 단번에 구분할 수 있었다.
왼쪽 잔에 코를 가져다 댔는데, 영락없는 참이슬이었다. 마셔 보니 확신이 들었다. 매운맛이 났다. 오른쪽 잔은 딱 한라산이었다.
소맥은 어떨까. 한라산 소맥과 참이슬 클래식·후레쉬 소맥을 만들어 마셨다. 맥주는 카스를 썼다. 각각의 소맥을 천천히 마셨다.
꿀꺽 삼키고, 입안에서 굴리고, 냄새를 맡아 봤지만,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저 비율만 잘 맞추면 훌륭한 소맥이 되는 것이었다.
선호는 취향의 문제다. 누군가는 참이슬을 더 좋아할 수도, 또 다른 누군가는 한라산을 더 좋아할 수도 있다. 나는 당연히 한라산파다.
대형마트에서 한라산 375㎖ 한 병에 약 1600원이다. 투명한 병에 담긴 것이 21도짜리 한라산 오리지널이다. 초록색 병 한라산은 18도짜리 저도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