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부가 썩 좋은 편이다. 백옥은 아녀도 흑옥(여름철) 아니면 황옥(겨울철)쯤은 된다고 자부한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마와 두피를 중심으로 좁쌀 같은 여드름이 봉긋봉긋 솟기 시작했다. 사춘기도 아닌데 말이다.
두피라니. 머리를 밀고 다니는 내게 두피 여드름은 치명적이다. 빡빡머리 속 여드름처럼 보기 싫은 것은 드물다. 내가 보기에 두피 여드름은 비죽 삐져나온 콧털, 슬리퍼속 발가락 양말, 관리가 안 돼 바스러진 매니큐어, 스타킹에 눌린 다리털만큼 흉하다.
2차 성징은 지나간 지 오래니까, 갑자기 여드름이 날 이유가 도무지 없었다. 단백질 보충제 때문이 아닐까.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었다. 의심은 자꾸 커졌다. 보충제 속 각종 인공 감미료가 유발하는 트러블이 내게도 나타난 것은 아닐까.
이제 대중화됐다지만, 혹시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까 봐 설명하면, 단백질 보충제는 우유에서 단백질을 추출해낸 것이다. 체중 1㎏당 1~1.5g의 단백질을 섭취하면서 운동하면 근육 발달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다. 일반식으로만 충족하기에는 쉽지 않다. 단백질 보충제는 물에 타 먹으면 된다. 칼로리 부담 없이 쉽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먹기 쉽게 하려고 인공감미료를 첨가해 초콜릿, 바닐라, 딸기 등의 맛을 구현한다.
나는 매일 규칙적으로 직지 않은 양의 보충제를 섭취한다. 벌써 적잖은 인공감미료를 섭취하였을 것이다. 이게 몸에 쌓여서 좋을 게 없을텐데. 피부는 웃자고 한 얘기고, 피부 말고도 안 보이는 몸 구석구석이 신경 쓰였다.
단백질 보충제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악명 높은 무맛(無味)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무맛 보충제 리뷰에는 “병아리 씻은 맛이 난다”, “비려서 도무지 먹을 수가 없다”, “고무찰흙 맛” 등 악평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난 소중하니까. 샀다.
택배가 왔다.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쉐이커에 물을 붓고 무맛 단백질 1스쿱을 푹 퍼서 넣었다. 쉐킷쉐킷. 열심히 흔들어 마셨다. 응? 나쁘지 않다. 우유 50㎖에 물을 한 1ℓ쯤 부으면 이런 맛이 날까. 아주 연한 우유맛이다. 비리지 않다.
무맛 단백질을 한 한달쯤 먹었나. 거짓말처럼 여드름이 들어갔다. 먹다보니까 특유의 화학적인 향이 없어 오히려 가짜 초콜릿, 가짜 바닐라향보다 먹기 편안하다. 그간 여러 감미료에 시달렸을 내 몸 곳곳도 편안해지기를 바란다.
“야 그럼 150㎏ 쯤은 쉽게 들겠네”라고 주위에서 말한다. 아니다. 150㎏도 힘들다. 200㎏도 힘들고 170㎏도 힘들고 다 힘들다. 이놈의 바벨을 집어던지고 다 때려치고 싶었던 한 주.
늘 그렇듯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다. 특히 이번주에는 도람푸 선생과 정은 선생이 만나 더 바빴다. 그나마 술을 줄인 게 도움이 됐다. 잠이야 항상 부족한 것이고...
아래는 일지. 유산소, 보조운동은 적지 않는다.
6월 11일 월요일 스몰로브 인텐스2
스콰트 115㎏ 3회
스콰트 132㎏ 3회
스콰트 152㎏ 4회
스콰트 170㎏ 3회
스콰트 162㎏ 5회 2세트6월 13일 수요일 마그누손/오트마이어8
휴식6월 15일 금요일 스몰로브 인텐스3
스콰트 122㎏ 4회
스콰트 132㎏ 4회
스콰트 155㎏ 4회 5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