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의 차기 국왕
중동의 패권 사우디아라바아의 ‘사실상’ 국왕은 33세의 청년입니다.
바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제1 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 입니다. 사우디의 실권자죠.
휴... 나보다 동생인데 형이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 빈살만 동생의 별명은 미스터 에브리싱(Mr.Everything)이에요. ‘다 가진 사나이’쯤 되겠네요. 과장이 아니에요. 그는 정치적 영향력, 군사력, 돈까지 다 틀어쥐고 있거든요.
얼굴을 보자.
곰돌인 줄. 복슬복슬한 수염, 빽빽한 눈썹, 쌍꺼풀이 짙은 처진 눈... 날카로웃 콧날을 빼면 곰돌이를 닮지 않았나요.
웃고 있어서 그렇지 정색하면 좀 무섭습니다.
실제로 이 동생, 무서운 동생입니다. 빈살만이 처음부터 제1 왕위계승자는 아녔어요. 그는 지난해 11월 21일 종전 왕세자였던 자신의 사촌 무함마드 빈나예프(58)를 밀어내고 왕세자가 됐습니다. 아, 참고로 사우디 왕위는 부자가 아닌 형제 계승입니다.
사촌형 밀어내고 왕세자에
빈살만이 왕세자가 되는 과정이 살벌해서, 국내외 언론은 미드 ‘왕좌의 게임’에 비유하기도 했어요. 빈살만의 친아버지, 살만 국왕은 세자 교체를 발표하기 전날 밤 빈나예프를 왕궁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살만 국왕은 빈나예프의 진통제 중독을 문제 삼아 왕세자 자리를 내놓으라고 압박하죠. 아, 빈나예프는 살만 국왕의 형의 아들입니다.
후 뜨거운 아들 사랑
빈나예프는 휴대폰을 빼앗긴 채 왕궁에 감금됐다고 해요. 밤새 낑낑대다가 결국 왕세자 지위를 포기했죠. 그리고 풀려납니다. 밖에서 기다리던 빈살만은 빈나예프의 손등에 입을 맞춥니다.
전쟁광 또는 개혁군주
빈살만은 사우디의 대표적인 매파입니다. 이란을 아주 싫어해요.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이죠. 원래부터 사이가 안 좋기는 했습니다. 우리 빈살만 동생은 특히 더 이란이 싫었나봐요. 사우디의 예멘 내전 참전, 시리아 내전 개입, 카타르 단교의 배경에는 모두 반(反) 이란 정서가 깔려있죠.
복잡한 걸 짧고 거칠게 설명하자면, 빈살만은 사우디 주변국인 예멘, 시리아, 카타르에서 꼴보기 싫은 이란의 주도권이 커지는 걸 막으려고 한 겁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은 하나도 없어요. 속 빈 강정이랄까요.
그렇다고 우리 동생이 그저 무식한 용팔이는 아닙니다. 그는 사우디에 경제적, 문화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먼저 사우디는 경제적으로 석유 의존도가 너무 높아요. 거의 80%가 넘을 겁니다. 그래서 경제 구조를 바꾸려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어요. 반짝 고유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게 지속될 거라고 보지 않는 모양입니다.
동시에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 사우디에 숨통을 틔우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운전, 공연 및 축구 관람을 허용하고, 영화관 영업을 허가해주는 뭐 그런 거죠. 우리가 보기에는 이게 뭐냐 싶겠지만, 사우디에서는 대단한 변화입니다.
숙청왕
사우디는 꽤 오래 이어진 저유가에 설상가상으로 앞서 말한 예멘, 시리아 전쟁을 치르면서 국고가 많이 빈 상황입니다. 여기서 빈살만은 신의 한 수를 던집니다.
“아빠, 왕자들이랑 장관 뭐 이런 애들이 삥땅 친 거 뜯어낼래”
빠밤. 지난해 12월 살만 국왕은 반부패위원회를 전격 출범합니다. 위원장은 당연히 빈살만이죠. 빈살만은 왕자와 전·현직 장관 등 유력인사를 막 잡아들여요. 그리고 협박협상합니다.
“얼마 있냐. 있는 거 다 내놓으면 풀어줄게”
350명에게 합의금 조로 1000억 달러(약 106조 7500억)를 받았다고 해요. 플러스 충성맹세까지 받아냈고요. 한 왕자는 “정의와 공평을 알게 됐다. 감사하다. 국왕과 왕세자에게 절대적인 충성과 충정을 맹세한다”고 편지를 써서 살만 국왕에게 보냈다고 해요. 진심이었을까요.
동생, 중동 평화를 부탁해
사우디에서 푸닥거리를 하든 말든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요? 있습니다. 있고말고요. 기름값은 뭐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사우디가 안정돼야 기름값도 안정됩니다. 이번에 감산한 것도 부족한 국고를 벌충하려는 측면이 있었어요.
다만 기름값 뿐일까요. 세계 평화 아 세계 평화는 아마 영영 도달할 수 없는, 그래도 우리가 추구해야만 할 어떤 이상 같은 것이겠지요. 빈살만이 잘 해준다면 적어도 중동 평화를 이뤄내는 데에는 좀 도움이 될 겁니다.
빈살만 동생의 전쟁 놀음 4년 만에 예멘은 지옥이 됐거든요. 자세한 건 언젠가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 빈살만이 아무쪼록 전쟁질 그만하고 내치와 개혁에 집중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