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이 병에 걸렸다.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다. 병의 이름은 ‘안아줘병’이다.
작은놈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별 증상이 없었다. 잠복기였는지, 감염이 되지 않았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둘째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발병했다.
병명에서 알 수 있듯, 주요한 증상은 시도 때도 없이 “안아줘”라고 한다는 것이다. 운전 중인 엄마에게 “안아줘”라고 한다든지, 양손에 생수통 묶음을 든 아빠에게 “안아줘”라고 하는 식이다.
“안아줘”라고 말하는 큰놈의 목소리가, 지성인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의 톤과 비슷할 리는 없다. 큰놈의 “안아줘”에는 불안과 질투, 그리고 울음이 섞여 있다.
대상은 늘 바뀌는데, 주로 엄마, 할머니, 아빠 중에서 선택한다. 아빠를 고르는 일은 극히 드물다. 주로 피치 못한 상황일 때, 도무지 방법이 없을 때 “아빠 안아줘”라고 한다.
“1호야 엄마 힘들어. 1호가 엄마 도와줘야지. 1호는 힘센 형아잖아”라고 말해봐야 씨알도 안 먹힌다. 큰놈은 기필코 안겨야만 하는 것이다. 팔이 아프다고 내려가라고 애원해도 고개를 젓는다.
오직 시간만이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이 병이 다 낫는 날은 기필코 올 것이다. 그날이 와서, 큰놈이 더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나는 후련해질 것이다. 또 그만큼 서글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