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떠드는 사람을 앞에 둔 것이,
맛있는 밥 한 끼를 천천히 먹는 것보다 따듯한 행복감을 준다.
대체로 그들이 취향에 대해서 떠들 때가 그렇구나, 하며 그 대화를 복기한다.
그러니까 그가 생각하는 맛있는 와인의 종류라던가
와인의 이름, 포도가 어떻다던지, 역사가 어떻다던지는 기억이 날 리 없다.
언니는 맛있는 쭈꾸미볶음을 앞에 두고,
프랑스에서 산 무슨 철판으로 했다더라나,
배송이 얼마나 걸렸다더라나,
철판은 요리를 하고 물에 담구면 되던가 안되던가에 대해서 떠들었다.
집에 거의 다다러서야,
결국 아름다운 것에 대해 떠드는 사람은
사랑스럽다더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아니,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떠드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하자.
끈기있게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들에게도 회사의 꼰대, 학업의 어려움, 생활의 텁텁함이 쏟아져 나온다.
다른 점은, 이들의 대화는 끊임없이 또 힘차게
사랑하는 것들로 돌아간다는 것이겠다.
그 대화의 원심력이 어찌나 힘찬지,
아름다운 것에 대해 떠드는 동안은 말같지도 않은 상사나 오늘의 짜증,
뭐 그런 것쯤이 이들의 관심조차 끌지 못하는 시시한 주제로 사그라지곤 한다.
그러므로, 좋은 취향을 가진다는 것은
더 나은 것에 신경쓰고 더 나은 것에 가치를 둔다는 것이겠다.
하찮은 것에 머무르고 시시한 것에 대화를 낭비하지 말자.
아름다운 것을 떠드는 이에게 커피 한 잔을 대접하자.
좋은 취향에 대해 신이 나서 떠드는 이에게 내 시간을 허락하자.
좋은 사람과 시간을 공유하는 것에 감사하자.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떠드는 사람을 앞에 두는 것은,
그래서 좋은 취향을 공유하고 싶다는 것은,
이런 다짐을 하는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