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보팅을 하고 댓글을 달고 하면 돈을(엄밀히 말하면 암호화폐를) 준다(!)는 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서 가입했지만 여전히 글을 쓰기엔 몸을 사리며 열심히 눈팅만 하기에 바쁜 1인.
왜 돈을 준다는데도 글을 쓰기가 그렇게 망설여질까에 대한 생각을 해봤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일단 글 쓰는 걸 생각보다 어려워 한다는 것이다. 트위터든 페이스북이든 다른 공간에서는 꽤 잘 재잘재잘 거렸던 것 같은데 왜 유독 스팀잇은 내게 어렵게 다가올까 생각해보니 일단 호흡이 긴 글을 쓰는 훈련이 덜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분야의 고수들이 많이 있어 뭔가 내가 쓴 글은 민망하고 창피하게 느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망설여지게 한 것은 아무래도 한 번 올린 글을 7일이 지나고 나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었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흑역사가 그대로 영구 보관된다는 뜻인데, 나에게 그 사실이 꽤나 큰 부담으로 다가왔고 이 곳에 내 이야기를 아무리 익명이라지만 올리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어렸을 때부터 나는 '완벽하게 잊혀지는 것'에 대한 판타지가 있었다. 사실 '판타지'라고 말하기 좀 민망한 게 결국 누구나 다 태어났으면 죽고, 어지간히 대단한 역사 속 위인혹은 빌런이 아닌 이상 다들 잊혀지기 마련이지만 나는 뭔가 내가 죽고 나서 어떠한 형식으로든 나에 관한 무엇인가가 남는다는 게 굉장히 꺼림칙했다.
정보화 사회가 되고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됨과 동시에 모순적으로 개인정보가 공공재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잊혀질 권리"가 몇 년 전 화두로 떠올랐던 것 같은데 사실 그 이전부터 나는 '내가 만약에 죽으면 내가 모아둔 초등학생 때부터의 일기를 누군가는 보게 되겠지?'같은 생각이 정말 뜬금없는 순간에 불현듯 찾아와 혼자 이불킥을 하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렇다고 그런 기록들을 지금 당장 내다버리기는 싫고...
내가 언제 어떻게 죽는다는 걸 확실히 안다면 그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다 정리할 수 있으니 그건 꽤나 축복받은 일일 것이야!라고 늘 생각하곤 했다.
사실 그래서 페북이나 트위터나 블로그나 여태껏 온라인에서 주절주절 떠들던 것들은 수도 없이 글들을 썼다가 계폭했다가의 무한 반복이었다.
그런데 스팀잇은 내가 죽기까지 기다리는 커녕 7일만 지나도 내가 쓴 기록을 내가 지울 수 없다니!
그러다보니 뭔가 새로운 플랫폼에 글을 써보고 싶긴한데 너무 개인적이고 깊은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내가 딱히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은 글을 쓸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어떤 글을 써야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저찌 이렇게 스팀잇에 가뭄에 콩나듯 글을 찔끔찔끔 쓰는 것은 나로서는 엄청난 결단(!)이자 스스로가 세워둔 어떤 벽을 넘어서는 거대한 도약이었던 것이다. 잊혀지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 극복하기랄까..
결국 글을 쓸거면서, 그것도 이런 글이나 쓸 거면서 뭘 그렇게 움츠리고 글쓰기를 망설였는지 싶지만 아무튼 그냥 이런 잡다한 생각의 흐름을 끼적이는 용도로 이 공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나의 이 공간에서의 주된 활동은 남의 글 눈팅과 보팅하고 도망가기 정도일테지만 어쩌면 이런 시덥잖은 글을 조금씩 쓰다보면 구체적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은 생각...
오늘자 아무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