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이 되지 않는 것에는 회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다짐하며 포스팅까지 했건만, 나는 또 어제 참지 못하고 회피하지 않았다. 예상했던대로 기분나쁜 이메일이 서로 오갔다. 그저 내 기분을 나쁘게 하려고 일부러 보낸 이메일에 나는 뭘 바라고 대꾸를 했을까. 내가 답장만 보내지 않았어도, 잠깐의 기분나쁨 말고 더 큰 화가 오지 않았을텐데-
한껏 화를 돋구는 이메일을 주고받아 분노가 터져서는, 퇴근하고 남편에게 하소연하려고 목빼고 기다렸는데, 전화통화를 하며 들어오는 남편 핸드폰 너머로 말같지도 않는 주제를 가지고 소리를 질러대는 회사관계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맞아...어딜가나 이런 사람 한명씩 있지.
남편은 나와 다르게, 그렇게 듣기 싫은 소리에도 어떠한 화도 나지 않고 미동도 없는 모습으로, 요리조리 대화를 잘 이끌어가더니 좋게 좋게 전화를 마무리했다.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또 그 사람이지? 화났겠다. 그랬더니 남편은 그저 방긋 웃어주며 오늘 많이 힘들었겠다. 고생많았어!라고 말했다.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오늘 있었던 일을 신나게 토로했고, 남편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많이 화가 났겠다. 기분 많이 나빴지? 근데 자기야, 어차피 이해되지 않는걸 자꾸 끄집어내려고 노력하지는 말아. 화가 났던 일만 떠올리다보면, 오늘 있었던 다른 좋았던 것들이 사라지잖아. 스트레스받지말구! 자, 오늘 다른 재밌었던건 뭐야?
나는 화났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즐거웠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오늘 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어느새 다시 웃기 시작했고, 가라앉지 않을 것만 같았던 화가 사라지면서 행복한 마음만 남았다. 역시, 남편은 나에게 인생선배같은 존재다. 잠깐의 대화로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즐거운 생각만 해도 모자란 인생에, 왜 나는 하루종일 '화' 안에 나를 가두려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