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그리진 못하지만 연필과 색연필로 끄적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잘 그리진 못하지만 내가 그린 그림을 좋아한다. 이렇게 쓰고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만 같다. 내가 그리고 내가 좋아하다니. 아니 그럼, 또 누가 좋아해 주겠나.
다른 이유가 있다. 잘 그리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까. 마음대로 아무거나 그리고 싶을 때까지 그리며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곤 내가 그린 거라며 슬쩍 남자친구에게, 친구들에게 보여 줬다. 사람들은 대체로 예의가 바르니까, 내 그림을 보고 잘 그렸다고 말해 줬다. 남자친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못 그려서 잘 그렸다. 잘 그리려고 하면 개성이 없어져." 칭찬으로 알아들었다.
그림에 관해 설명해야겠다. 그림을 그린 동기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무얼 그렸는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좌우로 그릇이 하나씩 그리고 그 위에는 가래떡과 꿀이 놓였다.
그래도 나는 내 그림이 좋다. (남들도 좋아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