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 번역 연재가 2회 남았습니다. 오늘도 번역에 여념이 없는데, 잠깐 딴 생각이 나서 먼저 글을 써봅니다. 스팀잇의 작가 선점 효과를 생각해 봤습니다. 철학자입니다.
스팀잇에 한국인 사용자가 활발히 활동하고 또 유입된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제가 관련 글을 두 번 올리기도 했고요. 보팅도 많이 받았습니다.
참고:
다른 커뮤니티는 모르겠지만, 스팀잇 가입자 수가 늘고 있다는 아주 고무적인 사실을 놓고 보면, 함께 성장하고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스팀 가격에 많이 좌우된다는 포스팅과 스팀잇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작가도 많다는 포스팅도 보긴 봤는데... 암튼 포스팅해 주신 스티머들 고맙습니다.) 아무튼 블록체인 기술 아래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저는 다른 블록체인 기반 유사 서비스가 생긴다 해도 쉽사리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짧게 그 이유를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저는 제 개인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그리고 하드디스크에 썼던 글을 종종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적절히 가공해서 말이지요. 그러면서 원래 있던 자리에는 스팀잇 링크만 남기고 내용을 지워버립니다. 물론 새로 쓰는 글은 스팀잇에서만 볼 수 있게 조치하고, 페이스북을 유인 링크로 활용하고 있고요. 읽어 보면 많은 작가들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게 꼭 스팀잇의 성장을 위해서만 그런 건 아니고요, 양심상 두 매체에 동시에 연재하는 게 글쟁이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대목은 제 개인적인 체험에서 나온 느낌입니다.)
아무튼 스팀잇의 컨텐츠는 1주일이 지나면 영구 박제되어 봉인됩니다. 수정도 삭제도 불가능하지요. 자, 어떤 작가가 플랫폼을 옮기겠다고 결심했다 쳐요. 스팀잇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다면(그렇더라도 물론 컨텐츠는 남겠지만, 독점 플랫폼과의 일종의 자발적 계약은 해지되는 것이지요), 다른 곳으로 컨텐츠를 옮겨 활용하는 건 불가능합니다(법적으로가 아니라 도의상 안 된다는 말입니다). 스팀잇은 *독창적인 컨텐츠가 쌓여갔으면 갔지, 줄어들 수 없는 구조입니다. 다른 서비스 플랫폼에 빼앗길 일도 없습니다.
보통 배우, 연예인, 음악가, 작가 등과 계약상 독점 관계를 맺는 일은 흔히 있습니다. 인물과의 계약도 있고 컨텐츠와의 계약도 있을 겁니다. 영구 독점 계약(노예계약)도 있겠지만, 보통 기한을 두고 계약을 갱신하는 게 관례입니다. 그게 계약 당사자 서로 간에 위험요소와 비용을 줄이는 길이니까요.
스팀잇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은 사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최소한 컨텐츠에 대해서는 영구계약이 될 수밖에 없고, 기술 특성 때문에 독점적 귀속(또는 다른 곳에서 컨텐츠를 사용할 권리를 완벽하게 확보할 수 없음)의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저작권과 관련된 유의사항(많은 포스팅들이 있었고, 또 있을 겁니다만)은 이런 문제 때문에 생겨납니다.
스팀잇의 장래와 관련해서 저는 두 가지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이 대목은 깊이 생각해서 모든 스티머들이 공유했으면 합니다.
- 스팀잇의 작가 선점은 빠를수록 좋다. 작가의 생산성은 무한하지 않고, 좋은 컨텐츠를 여기에 쏟아내고 나면 다른 데 가려 해도 가기 어렵다. (좀 심한 표현인가요^^;;)
- 다른 유사 서비스의 개시가 늦어질수록 좋다. 이건 댄이 만들려고 하는 플랫폼과 관련됩니다. 아마 기술적으로 더 나은 서비스가 생겨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중요한 건 작가와 컨텐츠입니다.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는 작가가 옮겨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현재 스팀잇 내에서 보상(reward)의 비율을 놓고 여러 토론이 오가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의미 있는 의견들이라고 봅니다. 현재처럼 작가:큐레이터 비율이 75:25가 되었건, 제안되는 또 다른 아이디어처럼 50:50이 되었건, 그런 문제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좋은 작가를 정착하게 하고 그 수가 늘어나고 그걸 위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하드포킹을 통해 시스템을 개편하는 일은 차후에도 가능할 테니, 논의의 폭을 좀 넓혀 보자는 거지요.
다시 번역하러 갑니다. 이번 포스팅이 의미 있다면, 이어지는 논의의 부싯돌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