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가 깊어갑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일하러 서울에 다녀오면 피곤하네요. 늦게까지 퍼질러 자다가 깨어나면서 문득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7일이 지난 글에 대한 보상 문제입니다.
스팀잇에 쓴 글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1주일이 지나면 삭제도 수정도 못합니다. 저는 이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와 동시에 좋은 글인데도 불구하고 1주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보상해 주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뉴비는 팔로워 숫자가 적기 때문에 초기에 정성스럽게(시간이 갈수록 정성이 떨어지죠, 아니 글감이 떨어지는 거네요) 썼던 글은 대부분 묻힌 채로 남게 됩니다. 나중에 조금 성장해서 팔로워 수가 많았다면 충분히 적절한 보상을 받았을 글인데도 말이지요.
이 문제는 이미 여러 분들이 인지하고 계셨습니다. 검색해 보니 우선 님이 두 달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었네요. (참고: 묻힌글도 다시보자 프로젝트 종료) 이 문제에 대한 사색이 담긴
님의 글도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기 글 펌에 대한 큐레이션 고민)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님이 '묻혀버린 글을 삽니다'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님이 묻혀있는 과거글 과감하게 포스팅 하자는 주장을 하셨습니다.
저는 스팀잇 생태계 전체를 놓고 이 문제를 잘 풀어갈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재 스팀잇의 회원 수는 세계적으로 90만을 넘은 상태이고, 트래픽은 카카오를 넘어섰습니다. (참고: [트래픽 비교] steemit.com > kakao.com by
) 이 말은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초짜 회원, 즉 뉴비가 유입될 것이라는 뜻이지요. 스팀잇의 불편한 검색 시스템은 과거의 글에 접근하기 어렵게 합니다. 뉴비는 과거의 글을 접하기 어렵다는 건데, 컨텐츠를 성장의 '핵'으로 삼고 있는 스팀잇으로서는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뉴비가 과거의 좋은 글을 되도록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위의 여러 분들이 묻힌 글, 과거 컨텐츠를 다시 노출하자는 프로젝트와 제안을 진행하셨던 겁니다.
저는 아직 두 달이 안 된 뉴비이지만, 스팀 백서에 나타난 원칙을 곰곰히 분석해 본 결과, 스팀잇만의 독특한 '채굴' 시스템이 잘 가동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스팀 백서에 따르면 스팀잇의 채굴은 '저자'(가치 있는 글의 생산자)와 '큐레이터'(가치 있는 글의 발굴자)가 협력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블록 생성자와 투자자 부분은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백서의 취지는 가치 있는 컨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발굴되어야 스팀잇이 성장할 수 있고, 나아가 스팀의 시장 가치가 성장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보상 시스템에서는 새로운 저자가 유입되는 것 말고는 컨텐츠의 생산과 유통이 나아질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묻힌 글이 다시 발굴되고 유통되고 보상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앞에서 여러 시도를 한 분들(경의를 표합니다!)은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묻힌 글 발굴을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에 기초해서 프로젝트를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너무 수고가 많이 가는 방식이고, 이렇게 되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너무 지치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시스템적으로 설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제 아이디어는 이렇게 요약됩니다. (1) [오마주]라는 머릿글로 시작한다. (2) 제목에 발굴하는 글의 핵심 내용을 짧게 밝힌다. (3) 본문에는 원래 '핵심 내용'을 '요약'과 '발췌' 형태로 소개하고, 그 이유를 밝힌다. (4) 묻힌 원글의 맨 밑에 [오마주] 프로젝트로 재발굴한 글임을 댓글로 밝힌다. (5) 재발굴된 원글을 읽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오마주]로 재발굴한 소개글에 보팅한다. (6) payout이 끝나면, 정산된 금액 중 SP는 재발굴자가 소유하고, SD는 원글 저자에게 송금한 후, 인증샷을 댓글에 올린다. (7) 재발굴 횟수는 1인 1일 1회로 한정하고, 묻힌 글의 재발굴은 1개월이 지나지 않으면 허용하지 않는다.
이 기본 골격대로 [오마주] 프로젝트가 시행될 때 생겨날 기대 효과를 보겠습니다. (1) 읽을 가치가 있는 묻힌 글이 새롭게 유통되며, 동시에 저자에게 보상이 따라간다. (2) 큐레이션의 개념이 확장되어, 이제 재발굴 저자로서 일정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3) 재발굴 큐레이션은 글 쓸 능력이 부족한 스팀잇 참여자들에게도 일정 수준의 보상을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유인책을 확보한다. (4) 참가자의 동반 성장은 스팀잇 생태계와 kr 커뮤니티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5) 커뮤니티스나 SMT가 가동되기 전까지는 kr 바깥의 다른 커뮤니티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되며, 이는 스팀잇의 성장을 견인한다.
저는 '어뷰징', 즉 '남용'의 문제가 많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제가 제안한 컨텐츠 생산과 유통 발전 방안과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의 가치', Proof of Brain, 스팀잇에 처음 가입할 때 써 있는 구호, 저는 이 구호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철학자로서 고민했고, 그 생각의 결과를 이상과 같이 제안해 봅니다. 저의 초안을 발전시킬 제안을 댓글에 달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상은 ('아름다운') 철학자였습니다.
제안이 마음에 드시면 '팔보리', 팔로, 보팅, 리스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