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천 개의 고원』을 번역 출간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2년, 당시 민음사 주간이던 박상순 시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차이와 반복』을 번역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좋은 기회다 싶어 수락했는데, 얼마 지나고 나서 이 책이 다른 역자와 계약되었다고 했다.
그 대신 제안된 것이 『안티 오이디푸스』의 재번역. 계약서 작성은 2003년 1월 21에 했고,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오래 걸려 2014년 12월 15일자로 출판되었다. 중간에 여러 사정이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적기로 하고.
이런 우여곡절 끝에 나는 들뢰즈 단독 저작보다 들뢰즈&과타리 공동 저작을 더 자세히 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자본주의와 분열증' 연작 두 권, 『안티 오이디푸스』와 『천 개의 고원』을 모두 번역하게 된 셈이다.
2012년에 주로 쓴 박사학위논문은 『안티 오이디푸스』를 중심으로 쓰게 되었고. 박사학위논문과 관련된 더 복잡한 사연도 언젠가 적을 기회가 있을 게다.
아무튼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그 때 『차이와 반복』을 번역하게 되었다면 아무래도 초기 사상 중심의 탐구를 더 하게 되었을 거고, 내 연구 방향도 더 이론적인 쪽으로 경사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들뢰즈 자신이 초기 작업과의 얼마간의 절교를 선언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저 우연은 나를 더 좋은 쪽으로 향하게 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