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렘봉안을 떠나 우붓으로 향하는 길이 평탄하지 않았다. 부킹해놓은 픽업과 배가 오지 않아서,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까뚜의 도움으로 마지막 배를 타고 가까스로 우붓으로 향했다. 피곤에 절어있는 몸을 끌고 도착한 우붓의 첫날은 지옥같았다. 숙소의 침대는 배드버그와 다른 사람의 피로 점점이 얼룩져 있었고, 부엌에서 새는 가스가 방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스태프를 불러 도와달라고 하였으나 기본적인 영어를 못알아 들어서 고개만 젓고는 가버렸다. 그가 집요하게 물어본 것이라고는 돈을 내라는 것과 나의 여권 정보뿐이었다.
부킹닷컴을 통한 예약이어서 캔슬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 끔찍한 곳에서 응답을 기다리며 하룻밤을 보냈지만 더이상 이렇게 시간과 돈을 참혹하게 낭비할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이곳은 싼 숙소가 아니라 하룻밤에 $40 이상 지불하는 곳이었다. 부킹을 캔슬하든 못하든 말든간에, 잠을 제대로 못잔나는 누더기같은 몸을 이끌고 새벽같이 도망쳐나왔다.
A D V E N T U R E . I N . B A L I
#6 Ubud - 나쁜일은 좋은일을 부른다?
급하게 뛰쳐나와 숙소에서 그리멀지 않은 다른 숙소로 옮겼다. 새로운 숙소는 지나오면서 보았던 템플(사원)들같은 모습이었다. 힌두교 사원에 들어온듯한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스태프. 방으로 오는 입구는 열대식물들로 가득차 있었고 2층의 방으로 올라가니 아주 조용하고 아늑했다. 나무로 된 킹사이즈 침대가 돌위에 위치해 있었고 속이 훤히 비치는 반투명한 커튼이 침대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욕실은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고, 욕조와 샤워부스가 동시에 있었다. 창문을 여니, 고요한 논밭이 펼쳐저 있었다. 굉장히 로맨틱하고 조용한 곳이다.
화난 모습이 더욱 이쁜 그대여 :)
숙소를 옮기고 나니 한결마음이 놓였다. 바깥에 나와 구경도 하고 좀 걸어볼까해서 나왔더니 글쎄, 나오자마자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쏟아지는 비를 피하려고 주변의 처마밑을 찾아 급히 어떤곳의 안으로 들어왔다. 뭐하는데지 여기는? 게스트 하우스인가? 하고 두리번 거리는데 누군가가 나를 보고 이야기했다.
가뜩이나 길도 좁은데."
The new friends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다
비가와서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만난 클라우스. 호주에 거주하는 오스트리아 사람인 그는, 현재 라이프 코치로 일하며 장기 세계여행중이라고 소개했다. 우리는 금세 자리를 같이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철학이야기, 책 이야기, 자기발전 이야기등을 나누던 그는 나도 그처럼 디지털 노마드가 될수, 아니 이미 그렇게 세계를 돌며 일할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다며 신이나서 그가가진 정보들을 공유해주었다. 과연, 생각해보니 앞뒤가 잘 맞는다. 뉴질랜드에 돌아가서 어떤 생활방식이 잘 맞는지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를 떠돌며 돈을 번다는건 분명 멋진일이겠지만, 생활패턴 지키기도 힘들거고 그에따라 건강을 지키기 쉬운 환경도 아닐것이다. 우리는 비가 하루종일 그치지 않아서 오전내내 먹고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그는 내가 새로 묵는 숙소 바로 앞건물에서 장기 투숙중이라 나중에 다시 보기로 하고 나는 현금도 뽑고 빨래도 할겸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목에, 거대한 캐리어를 들고 낑낑대며 좁은 길목을 불안한 얼굴로 두리번 거리는 여자가 보였다. 길을 찾고 있는데 길을 잃었는지, 캐리어가 너무 커서 40키로는 되어보이는데, 다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아가씨를 도와주기로 했다.
"이봐요, 괜찮아요?."
한국인이라는것을 :)
그렇게 해서 만난 숙이. 태어나서 난생 처음 혼자 여행을 왔다는 숙이는 언니언니 하며 나를 새끼오리처럼 따라다녔다. 이날은 정말 비가 하루종일 왔는데, 알고보니 주변의 화산이 갑자기 폭발하는 바람에 후유증으로 이렇게 비가 오는것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말해주었다. 인도네시아는 비수기에 두달에 한번정도만 오는 비이기 때문에 돌연히 일어난 일이였다. 저녁때는 이날 만난 숙, 클라우디오, 그리고 클라우디오의 친구인 카야와 엘리시아등을 소개받고 다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상한 날이었다. 나쁜일은 나쁜일이 아니였다. 숙소가 엉망이어서 옮긴 곳은 비밀의 궁전 같았고, 비가와서 피할곳을 찾으니 친구가 생겼다.
나는 항상 나쁜일이 생기면, 내가 원하는 것을 간절히 생각하며 내가 당장 할수 있는 것을 실행하며 몸을 움직였다. 그러면 다른 좋은 일들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어쩌면 우리가 생기는 모든일들은 이유가 있어서 생기는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첫날 부터 꼬인 일련의 사건들, 친구를 잃고 혼자가 되었기에 만난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프로젝트 제안, 새로운 친구들. 거처를 옮길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다음날 함께 놀고 친구가 된다. 내가 생각했던, 원했던 것보다 더욱 멋지다!
나는 이여행을 통해 더욱 확실하게 말할수 있게 되었다. 나쁜 일이 생겼을때, 왜 그일이 생겼는지 집중하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것에 집중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가지면 좋은일이 생긴다는것. 우붓에서의 둘째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Focus on positive side, then good vibes will come to you.
[ Adventure in Bal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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