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참 안쓰러워요.
그녀가 말했다. 긴 시간동안 버스로 이동하는동안 숙과 나는 이런저런 인생사를 나누며 속깊은 이야기를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인생에 굴곡이 많은 편이다. 남들처럼 사는 평범한 삶을 산적이 별로 없는것 같다. 아버지가 아프셔서 집안에 보탬이 되기위해 초등학교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조그만 몸으로 신문배달이며 공사장일이며 벽돌 만들고 남의집 청소까지 밑바닥 일부터 안해본일이 별로 없었다. 어린시절부터 시작한 취미인 그림은 입에 풀칠하기 위한 용도로 어김없이 쓰였다. 중학교 고등학교때는 돈을 벌기위해서 공모전을 나갔다. 공모전에서 명예 수상을 하고 반친구에게 손가락질을 받아도 아랑곳 하지않았다. 나는 당장 그림도구와 먹을것을 살 돈이 필요했다. 예술가는 배가 고프다는 말은 개나줘버리라 했다. 만화연재 외주작업을 고등학교 때 처음했다. 그후로 디자인이든 애니매이션이든 일이라면 뭐든지 했다. 실패는 용납할수 없었다. 아픈아버지를 두고 학비와 생활비를 낼수 없으면 끝이었다.
대학시절 그래피티 일을 열심히 하다가 2층에서 떨어져 평생 불구자가 될뻔한 적도 있었다. 의사로부터 수술받지 못하면 평생걷지 못한다는 말을듣고는 6개월은 우울증에 걸려 집밖에 나가지도 못했었다. 수술비용은 커녕 가족에게 짐만되는 내 자신을 계속 질책하며 말이다. 호주에 가서는 뜬금없이 노숙자가 된적도 있었다. 영어를 못하는 상태로 가자마자 교통사고가 나서 무일푼으로 홀로 타지에서 살아남으려 애썻다. 나이 서른에 남의 나라에 가서 말도 못하는 노숙자가 되보니 장애자나 다름없이 취급받았다.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남들보다 일찍, 오랫동안, 많이 해본것 같다.
A D V E N T U R E . I N . B A L I
#7 Ubud - 당신의 자존감의 가치
"와, 정말 부러워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나요?
숙이 어제 물어본 질문이었다. 영어는 어떻게 잘하는지, 또 혼자 돈없이 외국에 가서 영주권 받고 부러울것 없이 사는지. 또 좋아하는일 하며 즐길거 다즐기고 사는 인생이 부러웠을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혼자서도 여유롭게 척척 해결하고, 누구든 금방 말을 걸어서 친구로 삼는 내모습이 신기하기도 한 모양이다. 솔직히 이 질문은 살면서 너무나 많이 받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나의 결과만 보고 부러워 했다. 그 누구도 이면에 숨은 과정은 들여볼 생각을 하지않는다. 나는 항상 한마디로 대답한다.
부러워? 안부러울건데!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어제는 나를 동경으로 눈빛으로 바라보던 사람이 오늘은 동정을 하고 있다니. 그러나 나는 바뀐것이 하나도 없다. 나는 나 자신으로 항상 그자리에 있다.
이날은 숙과 함께 우붓 일일여행을 했다. 렘봉안에서 있었던 힌두페스티발에서 겪었던 일 이후로 힌두교라는 종교에 대해 너무나 많은 관심이 있었기에 템플투어를 갔다. 우리가 간곳은 총 4군데의 사원들이었다.
각 템플간의 이동거리가 적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정도 걸렸다. 직업 사원을 찾아가려면 입구찾기도 힘든곳이 많고 오토바이를 타고 찾아가는길이 복잡해서 어려울수 있어서 템플 투어버스를 예약해서 관광했다.
"숙, 사실 나는 나에게 있어났던 모든일들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고 있어. "
"그래요?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해요. 남들은 젊어서는 사서도 고생한다는데, 굳이 사서 고생까지 할 필요는 없는것 같아요. 고생하는 사람들보면 참 안타까워요"
"그렇구나. 내가 어렸을때 게임을 참 많이 했거든. 나는 인생이 RPG 게임같다고 생각해. 예를 들어, 힘든 보스를 만나면서 물리치면, 경험치가 엄청 올라가잖아. 레벨업도 하고."
"그쵸. 근데 그건 걍 겜이자나요. 인생은 다르죠."
"아니 근데 잘 봐바. 다음번에 똑같은 보스를 만나면, 그 보스는 이제 너무 쉽잖아. 적수가 안되잖아. 그치? 난 인생도 그거랑 비슷하다고 봐. 남들에 비해서 나는 강한 보스를 많이 만난거라고 봐. 인생이 편해지는 이유는, 이렇게 쌓인 경험들이 누적이 되서 그 혜택을 누리는거야.
나는 내 힘든 일들을 풀어나가면서 얻은 지혜들로, 힘들어 하는 다른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강해진다는것은, 남을 도울수 있다는 거니까. 그래서 난, 내가 힘들게 산게 행운이라고 생각해."
"........"
우리는 템플구경을 다하고 마지막 코스인 계단식 논을 구경하러 갔다. "발리" 하고 검색하면 나오는 유명한 계단식논.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4계절이 없이 항상 더운 날이 계속되는 인도네시아의 농작물은 어떻식으로 순환되는지 궁금했다.
밑바닥 인생을 여러번 경험해보았기에 나는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어도 지나가는 청소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진심으로 감사할줄 안다. 다른나라에서 거지가 되어보았기에 언어소통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아주잘 이해하고 있다. 평생 걸을수 없었을때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속깊이 새겨두었다. 우울증으로 시달릴때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힘들게 성취해 왔기에, 나는 내가 가진 이 모든것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 하면, 부러워 할것이 없다고 한다.
망하고 실패한적이 수십번 수백번이다. 여기까지 도달하기 까지 너무나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그 보상은 정말 엄청나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의 자존감의 가치는, 인생에서 강한 보스를 만났을때 어떻게 대처하냐에 달려있다.
You failed? But your game is not finished. Because life goes on.
다음편 - #8 Ubud - 원숭이의 숲 (The monkey forest)
[ Adventure in Bali ]
│#2 Canggu - 그래피티의 성지 창구, 그리고... 작업 의뢰를 받다
│#3 Lembongan - 거대 가오리 만타레이를 만나다
│#4 Lembongan Island - 아찔한 힌두교 페스티발에서 정신을 잃다
│#5 Lembongan & Nusa Panida - 극빈함과 낙원이 공존하는 섬, 그리고 물위에 떠있는 숲 망그루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