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좋은 소식이 있어서,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 날입니다.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25년을 살았습니다. 동기들은 몇년씩 어학연수도 다녀오는데 형편상 가까운 필리핀도 다녀올 형편이 못되어, 어떻게는 공부해서 교환학생이라도 선발되야 했고, 그렇게 노력해서 일년을 베이징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것 밖에 없습니다.
학창시절에 해외 어학연수나, 세계 배낭여행이 막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못해본게 한이 되어 여행을 다니면서 돈을 벌는 직업을 찾겠다고 다짐했고, 저는 졸업후 크루즈승무원이 되었습니다.
3년간 세계를 떠돌며 보고 배우고, 여행도 하며 돈도 벌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직업, 이상에 가까운 직업이다 못해 과분하기 까지 했습니다. 너무 완벽하고 행복했거든요.
그런데 당시 사귀던 연인(지금의 배우자)과 결혼 약속한 터라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3년의 항해생활을 끝마치고 육지로 복귀했습니다.
저와 제 배우자는 성격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굉장히 비슷합니다. 저희는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각자 직장생활에 적응을 하고, 생활에 안정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늘 불안하고, 답답했습니다.
둘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직장생활하면서 긴 휴가를 받는건 불가능하고, 받아도 상사 눈치를 봐야하고, 남들이 다 쉬는 성수기에는 휴가를 가지도 못하는 제 직장의 특성상 배우자와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을 맞추는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여행도 여행이거니와 도시에서의 생활도 점점 답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모임에 나가면 늘 하는 시부모댁에 대한 불평, 불만, 남편에 대한 불평, 불만, 누구네 집 잘사는 이야기, 시기, 질투, 가방, 화장품, 자동차 이야기 등 들어도 기쁘지 않고, 나 역시 불평한다고 속이 편하지 않는 그런 대화만 몇시간 째 하는 삶의 패턴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는 도시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연애시절 매번 여행을 갈때마다 늘 살아보고 싶다 노래를 불렀던 그곳, 제주도로 말입니다.
그리고 2015년 겨울. 저희는 부산의 집을 모두 정리하고 저는 상하이로, 배우자는 제주도로 갔습니다. 둘 중 한사람은 재정적으로 서포트를 해주어야 했으니까요. 처음 저희가 계획했던 시간은 6개월에서 1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새 터에서 자리를 잡는게 쉬운일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살 터를 알아보고, 구매하고, 설계도면을 그리고, 가격을 비교하며 시공사를 찾기 까지 6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찌나 모두가 사기꾼들 같던지. 건축에 건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게 드러나면 어떻게든 뜯어먹으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짜를 찾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자료를 찾고 공부하고, 미팅을 했던 그때가 기억납니다.
결국 공사를 시작하게 되고, 공사를 시작하기만 하면 3개월이면 완공된다는 말도 곧이 곧대로 믿었던 그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순진했습니다.
중간에 시공사가 공사를 마무리 하지도 않고 날라버리는 바람에 또 중단된 몇개월의 시간들. (지금까지 소송으로 골머리 앓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2년6개월이 지난 오늘, 드디어 준공 허가를 받았습니다.
기뻐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갑자기 뭐든지 잘 할 수 있을 것같은 자신감이 불끈불끈 솟습니다.
제주도는 우리 마음속의 힐링 아일랜드였습니다. 여행으로 다닐때는 그곳에서 늘 재충전을 했고, 평화롭게 사는 꿈을 꿨었는데, 공사를 시작하고 힐링아일랜드가 아닌 헬(hell)아일랜드에서 2년6개월의 시간을 보내며 하루에도 수십번 제주도로 간것을 후회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일이 다 해결되고 뒤돌아보니 ‘세상을 보는 눈을 다시 한번 키워주고, 제대로 힐링을 시켜주려고 했나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간사하죠.)
너무 기쁜 오늘. 동료들에게 음료도 한잔씩 쏘고 기쁨을 함께 했습니다.
저야 물론,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되어 주기 위해 혼자 외국에서 외노자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힘든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만,
부산에서 넘어온 부산사람도 도시사람도 아닌, 육지것으로 불리우며 지난 2년6개월을 참고 견디며 하루하루 살아온 저의 배우자가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그를 보면서 묵묵히 한길을 걸으며 조금 늦어도 되니 방향만 잃지 말고 가다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는걸 배웁니다.
스팀잇도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글도 아니고, 글 폰트 크기도 어떻게 바꾸는지 모르는 초보이지만, 하나하나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과 소통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