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의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을 다 읽었다. 정말 오래 붙들고 있었다. 아니, '읽는 중'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사실 꽤 오래 내버려 뒀다. 바쁘다는 핑계와 종일 회사에서 텍스트를 읽다 보니 집에서까지 글을 읽고 싶지 않다는 핑계도 더해서.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핑계다. 종일 회사에서 텍스트를 보기에 집에선 글을 읽기 싫다는 핑계는 스팀잇을 시작하면서부터 불가능한 핑계가 됐다. 오히려 정확한 이유는 스팀잇을 비롯한 암호화폐 세상이 내게 더 흥미로웠기 때문일 거다.
연휴를 맞아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 '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매번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순간엔 참 즐겁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런데 막상 책을 손에 잡기가 쉽지 않다. 집에 오면 무조건 컴퓨터부터 켜고 보는 습관 때문인 듯하다. 책을 읽으려면 집 밖으로 나서야 한다.
카페에 앉아 3분의 1 정도를 읽고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 나머지를 마저 읽었다. 나는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땐 마음에 드는 문장을 따로 적어두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다음 문장이 궁금해 읽는 걸 멈추기 어려웠다.
'옥수수와 나'라는 단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 순간에도 내 머릿속으로는 문장들이 쉭쉭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 책도 그렇게 쓰인 걸까? 멈출 수 없는 힘을 지닌 창조적 에너지가 머릿속에서 들끓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작가는 타고나는 게 확실하다. 이런 글을,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건 훈련만으로 되는 건 아닐 테다. 그렇기에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이 매우 후회스럽고 창피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쓴다. 타고난 재능이 없기에 더 쓴다. 좋은 글을 읽으면 나도 좋은 글이 쓰고 싶다. 그렇기에 쓴다. 지금 좀 창피하면 어떤가. 뭐라도 쓰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