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라는 음악 #2>
유재하 1집(1987), '가리워진 길'.
사람의 인생에서 20대의 시절은 가장 빛나고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참 역설적이게도 그 까닭은,
인생에서 가장 불안하고 위태로운 시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20대 역시 그러하였다.
보일듯 말듯한 길이었기에 매일이 방황의 날이었고,
잡힐듯 말듯한 꿈이었기에 불안과 초조함은 차라리 나의 벗이었다.
그렇게 가리워진 길 위를 걷고 있던 어느 날,
한 친구의 추천으로 이 노래를 만나게 되었다.
마지막이 될줄은 몰랐겠지만,
처음의 설렘으로 음반을 제작해나갔을 젊은 음악가의 투박한 떨림,
하지만 그 틈을 타고 전해지는 유려한 멜로디와 분명한 메시지.
결코 나 혼자서는 가리워진 이 길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것.
길을 터주고 힘이 되어줄 누군가가 있기에,
그동안 주어진 길을 걸어왔고, 또 앞으로도 걸어갈 수 있다는 것.
그 후로도 가리워진 길을 만날 때면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함께 길을 터 나가고 있는 소중한 이들을 떠올리곤 한다.
깊어가는 이 밤.
어디에선가 가리워진 길 위에서 지쳐가며,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가 있음을 느껴본다.
나에게도 늘 그러했듯이,
그 누군가에게 이 음악이 힘이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