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아니, 어쩌면 지금 현재에도,
이러한 사랑이 존재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아가던 한 남자와,
인공지능 운영체제와의 사랑 이야기.
영화, 'Her'(2013).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을 듯하네요.^^
The Moon Song(Scarlett Johansson)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소재임에도,
호아킨 피닉스의 눈빛과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그리고 섬세한 연출과 유려한 영상미가
보는 이의 마음을 충분히 설득시킵니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에,
이런 OS가 실제로 있으면
나도 예외는 아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호아킨 피닉스의 눈빛이 쉬이 잊히지가 않습니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외로움, 무력감, 공허함 등의 감정을
눈빛 하나로 완벽히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포스터 속 표정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 있죠.)
영화를 보는 내내 드는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왜 이토록 외로운 걸까.
사랑하는 대상이 있음에도,
또 수많은 군중 속에 살아가고 있음에도
왜 이토록 외로운 걸까.'
언젠가 영화 리뷰를 찾아보던 중에,
평론가 이동진씨의 설명이 참 공감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 제목이 왜 'She'가 아니라 'Her'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동진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Her'는 대상인거에요.
문법적으로 어떻게 쓰이든, 을/를이든 ~에게이든, 어떤 대상이 되죠.
이 주인공은 아내와의 관계도 그렇고 운영체제와의 관계도 그렇고,
상대방을 사랑해주고 인정해주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상대방을 '대상'으로 대했다는 거에요.
즉, 그동안 주인공은 상대방을
'She(주체)'가 아닌, 'Her(대상)'으로 바라본 겁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상대방을 'Her(대상)'로 사랑했던 남자가
'She(주체)'를 인정하게 되는 이야기인 거에요."
너무나도 공감되는 해설이었습니다.
주인공 테오도로가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고
잠시나마 외로움을 극복했던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대상'으로서의 역할을
완벽해 해주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도 외로운 이유는,
상대방을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 상대가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내가 원하는 것을 채워줄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외로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때로는 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고,
다름의 간격을 맞추어가는 것이 고될 수도 있지만,
그 모든 수고로움이,
서로가 독립적인 '주체'이기에 생겨나는
필연적인 수고로움임을 용기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은 덜 외로울 수 있지 않을까...
The Moon Song 의 가사 내용처럼,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들일지라도,
서로의 자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 Behind story
OS 사만다의 목소리 배역이 원래 스칼렛 요한슨이 아니었다고 하네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여주인공이었던 사만다 모튼이라는 배우가 원래 배역이었고,
사만다 모튼의 목소리로 영화를 다 찍어 놓고 보니,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목소리톤이 아무래도 잘 어울리지 않자,
뒤늦게 스칼렛 요한슨을 캐스팅해서 녹음만 따로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탁월한 선택인듯 하네요.ㅋ
심지어 목소리 연기만으로도 로마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죠?
정말 대단한 배우인듯 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스칼렛 요한슨의 명작들도 소개해보겠습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