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입니다.
제 단골 떡볶이 집은 기찻길 옆에 있는 포장마차였습니다.
낮에는 분식을 팔고 밤에는 분식을 안주로 술도 파는 곳이었어요.
하루는 학원 가는 길에 떡볶이를 먹는데 눈가에 퍼렇게 멍 든 아주머니가 순대를 잡수고 있었어요.
아주머니가 가고서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해주신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줌마 참~ 초딩한테 이런 게 인생이라고~
시집 잘 가야 한다고 신신당부 했는데 아직도 못가고 있네요 ㅎㅎ
이 이야기도 선배들과 했던 소모임에서 썼던 이야기입니다.
제가 감당하기에는 좀 무거운 소재여서 결말이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결말이 참 맘에 안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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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떡볶이냐?”
“네.”
“내가 여기서 장사하면서 너처럼 매일 떡볶이 먹는 년은 처음이다. 안 지겹냐?”
“아저씨 떡볶이가 맛있잖아요.”
“웃기네. 계란 서비스다.”
“아저씨처럼 매일 서비스 주면서 매일 생색내는 주인도 없을 거예요.”
“반만 먹어. 반은 포장 해줄게.”
“네.”
배시시 웃는 여자의 눈가에 퍼런 멍이 보인다.
“왜 또 맞았냐?”
여자는 말이 없다.
“빌어먹을 새끼가 쌀 팔아 먹을 돈도 안 줘서 마누라 매일 떡볶이를 먹이면서 그렇게 패기까지 해?”
“아니에요. 내 잘못이에요. 이런 사람 좋다고 따라다닌 제 잘못이에요.”
“너는 나중에 뒈지면 성불할거다.”
“지금부터 이마에 점 하나 찍고 다닐까요? 미륵불이라고?”
“미친년아 부처님 노하실라. 떡볶이나 쳐 먹어.”
“네.”
“야. 보살댁!”
“네?”
“너 나이가 몇이냐?”
“마흔 넷이요.”
“너 지금이라도 딴 놈 소개시켜줄까?”
“칼부림 나요.”
“그렇게 맞으면서 죽는 게 무섭냐?”
“그럼요. 맞아도 사는 게 좋죠.”
여자가 쓰게 웃었다. 결혼하고 십칠 년. 아직 애가 없다고 한다. 사실은 임신이 몇 번 됐었는데 남편 손찌검에 매번 잘못됐다고. 남편은 그 일을 핑계로 때리고 또 때렸다고 하니 가엾기도 하다.
“소주 한 잔 할래?”
“술 못 팔잖아요?”
“아니 어차피 기찻길 옆 오막살이 고쳐서 하는 노점상, 술을 파나 안파나 단속 뜨면 도망가야 하는 거 똑같아.”
“술 못 마셔요.”
“한 잔만 마셔. 나도 이거 한 병 먹고 오늘은 들어가야지 싶다.”
“네.”
여자 앞에 소주잔 하나가 놓였다. 쪼르르 떨어지는 소주를 보며 여자가 한숨을 푹 쉰다.
“아저씨. 우리 신랑은 왜 이렇게 맑은 걸 먹고 그렇게 사람이 이상해질까요?”
“알콜 중독자 새끼 속을 내가 어떻게 아니? 술이 알지.”
여자, 단번에 소주를 들이킨다.
“크흐.”
“가지가지 한다.”
“아저씨. 아저씨 이야기나 해요. 내 이야기 이제 재미도 없고. 지긋지긋하네. 두들겨 맞기나 하고.”
“나? 나 인생 편하게 살았어. 별거 없어.”
“별거 없는 양반이 여기서 노점상 하면서 사나.”
“노점상이 어때서 이년아. 난 세금도 안 내. 쏠쏠해.”
“자식은 있어요?”
“스물 다섯, 스물 아홉. 큰 놈이 딸이야.”
“딸은 뭐해요?”
“시집 갔어.”
“사위는 착해요?”
“아무렴 네 서방보다는 착하지.”
“무슨 일해요?”
“딸은 여상 나와서 간호사 한다. 사위는 우체국 다니고.”
“사위 잘 얻었네.”
“아들은 이놈이 공부를 잘 했어. 대학교 다녀. 군대 제대하고 어학연수를 간다고 하는데 돈이 있어야지. 워킹 홀리데인가 뭐시기. 혼자 벌어서 갔어. 호주에 있어”
“아저씨는 이제 아들만 졸업 시켜서 장가 보내면 되겠네요.”
“보살댁 너는 어떻게 할래?”
“...”
“계속 그렇게 살거야? 내가 이런 말 하면서도 참 못쓰겠다 싶지만 너 애도 없어. 도망가.”
“...”
“내가 한 백만 원 빌려줄게 가. 죽은 우리 집사람 고향이 조금 외진 데 있어. 젊은 사람 없어서 가면 밥은 안 굶어”
“아저씨 내가 일 년을 매일 거르지 않고 여기서 떡볶이 먹어도 백만 원 안돼요. 그러지 마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미운 정 들어서 그래, 이 밥통 같은 년아. 내가 너랑 같이 살자고 하냐?”
“...”
그 때였다.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편한 복장에 선글라스가 어울리지 않는다.
“아빠.”
“어? 혜미 너 어쩐 일이냐? 정서방은?”
“아빠, 나. 흑흑”
우는 딸을 보고 주인 남자 눈이 커졌다.
“혜미야, 너 무슨 일이야. 아빠한테 다 말해봐.”
“아빠, 정서방이, 정서방이...”
딸,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선글라스를 벗는다. 눈가가 시퍼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