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한창 절정이던 그 날
그녀와 작별을 했다
나란히 의자에 앉아 눈을 붉힌 채
그저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있었다
그러나 차마 서로를 바라보진 못하였다서로를 눈에 가득 담아두고 싶었지만
눈이 마주치면 울음의 둑으로
눈물 한 두 방울이 넘쳐흘렀고
이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애써 웃음을 짓고
썰렁한 농담 한 두 마디를 건네지만
손에 쥐여진 휴지 몇 장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웃었다어느덧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고
서로의 손끝은 더욱 하얗게 물들었다
곧 그녀가 떠나가리라
의자에서 벗어나는 내 몸짓은
절망과 비탄으로 가득 찼다한 걸음을 내딛기 전
그녀에게 입맞춤으로 작별을 고했다
꽃향기가 났다그리고 그녀는 뒤돌아 계속해서 걸어갔다
가끔씩 돌아보는 그녀의 모습에
힘들게 버티던 둑이 터졌다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눈물에 맞춰
나는 팔을 더욱 힘차게 흔들었다
이 거리라면 울음을 감출 수 있으리라
이내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는 등을 돌려 반대로 걸어갔다흩어진 구름 사이로
햇빛은 은은하게 비췄고
차가운 바다는 밝게 빛났으며
매화나무 몇 그루가 서 있었다
매화가 한창이던 그 날
그녀와 작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