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씨에는 인디게임개발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정말 마이너하고 작은 커뮤니티지만 열정을 갖고 입문하거나 열심히 작업중인 개발자들이 많고 등장하고 사라지는 게임들도 무수히 많은 공간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그녀일거라 생각한다)가 나타났다... 유동닉 거북이... 나는 그가 올린 글을 보았다.
비록 그가 올린 글은 삭제됐지만 그는 분명 꽤 많은 돈을 벌고 싶었기에 이 게임을 만들었다. 처음 그가 다운받아달라고 올린 글에선 흥미가 당겨지지 않았다만 그가 올린 이 게임을 만든 목적(돈)에 대해 푸념하는 글은 나의 관심을 끌어냈다. 그의 한없이 비관적인 푸념글이 오히려 나의 흥미를 유발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운받아보았다!!
"초딩도 어려워하는 아기키우기"
왜 초딩도 어려워하는 아기키우기인지 제목부터가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이었다.
"진짜부모도 어려운 아기키우기"게임도 아니고 어째서 어린 초등학생들도 어렵다고 지은걸까...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제목선정이었다. 나는 한껏 기대를 갖고 게임을 실행했다.
타이틀화면, 로딩, 인트로, 튜토리얼을 모두 생략하는 과감함에 내 바지는 이미 흥건해져있었다.
내가 원했던 게임은 이런 게임이야! 너무 궁금해! 이 게임은 대체 목적이 뭘까! 이 아기는 누굴까! 버려진 아기일까! 옆에 거위는 대체 뭘까! 이 아기의 보호자인것일까!
일단 거위를 클릭하면 황금알을 낳는다. 저 위 황금알갯수가 보일 것이다.
'아 이게임은 클리커구나. 황금알을 낳아서 번 돈으로 아기를 무사히 키우는 게임이겠지? 일단 황금알이 있어야 아래 아이템을 아기에게 제공할 수 있겠구나.'
내 예상은 처참히 박살났다.
(만약 내가 황금알을 낳을 수 있다면 현실에서도 손쉽게 키우겠지만 국세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아기는 종류별로 원하는 것을 달라고 뺵뺵운다.
배고프면 젖병주면되고 똥쌌으면 똥을 주면되고(?) 졸리면 재워주면 된다.
문제는 이 애는 2~4초 간격으로 무언갈 원한다. 똥을 싸서 바로 치워주고 뒤돌면 바로 똥을 싸는 짓거리를 하기도한다. 여기서 대충 이 게임의 제목이 왜 "초딩도 어려워하는 아기키우기"인지 알 수 있었다. 이 게임은 당신을 굉장히 자주 괴롭힌다. 벌써 20대 중반이 넘어서는 예비군 아재들 조루체력으론 5분도 못버티고 나가떨어질게 분명하다. 이건 초등학생 정도의 뿜어져나오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게이머만이 버틸 수 있는 플레이 구조를 지닌 게임이었던 것이다.
일단은 아기를 달래며 계속해서 황금알을 먹었다. 거위 소리가 너무 귀여워서 계속 클릭할 수 있었다. 나에게 큰 힘이었지...
하트를 모으는 과정은 실로 엄청난 인내를 요구한다. 진행을 계속 한다고 해서 딱히 거위가 황금알 싸는 속도가 갯수가 늘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이템 하나를 사려면 1,000개씩이나 요구하는거보면 아기를 키우는 행위, 하나의 생명이 온전히 홀로설 수 있도록 보살피는 과정이 얼마나 반복적이며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해주는 레벨디자인인 것이다. 개발자의 생명에 대한 철학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에 감탄할 수 밖에...ㅗ
일단 하트를 얼마나 모아야하는지 감조차 오지 않기에 딸기 우유 하나 먹이는 것으로 게임을 중단하였다. 단지 내가 체력이 떨어져서 게임을 잠시 멈춘것이지 나의 궁금증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이 게임은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엔딩은 존재하는 것일까? 혹시라도 하트 천개를 모아서 엔딩조건을 달성했지만 내게 돌아오는건 "축하합니다" 메세지 하나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오금이 떨려온다.
당신들도 인디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반드시 플레이 해볼 것을 권한다.
장점: 생명의 존엄성, 이 게임을 한 뒤 다른 어떤 게임을 해도 극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인류애적 설계
단점: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저출산시대를 가속화시키는 게임철학
개노답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