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 장장 열흘 동안의 황금연휴. 많은 직장인들이 기다리는 꿈같은 시간. 하지만 나에겐 아무 의미 없는 연휴이다. 이번 설날에는 꼼짝없이 4일 내내 근무가 모두 걸렸다. 몇 년째 명절에 내려가 보지 못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는 이제 곧 내 얘기가 되겠지. 남들 다 쉴 때가 제일 바쁜 곳에서 일하는 나는 역무원이다. 이 바쁜 와중에 내가 역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는데 맞이방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기다리던 귀여운 손자, 손녀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두 팔 벌려 뛰어가는 모습이다. 그 장면만 보면 갑자기 엄마미소가 지어지고, 정신없는 대합실 속의 공기가 따뜻해짐을 느낀다.
'남들 쉴 때 일하는 것만큼 불쌍한 건 없다'
'남들 놀 때 일하는 직업은 좋은 직업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조금 기운이 빠진다. 명절에 출근한다고 하면 나를 불쌍하게 보는 사람이 많다. 아니 사실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다. '나를 불쌍하게 보지마세요' 라고 일일이 해명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현장을 좋아한다.
오늘 본 기사에 따르면 , 열 명 중 한 명은 설 연휴기간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한다고 한다. 당장 집 밖을 나서면, 열려있는 가게와 커피숍만 봐도 알 수 있다. 공항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병원, 고속버스 등 오늘이 평소보다 더 바빠서 힘든 곳도 많을거다. 그런 가족들이 있으시다면 명절에 못 내려온다고 서운해하지 마시고 이해해주시길 :)
마지막으로 하나 뿐인 우리 할머니가 보내주신 따뜻한 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