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베트남 여행을 생각했을 때는, 베트남이 그렇게 큰 나라인줄 몰랐다. 남북으로 1700km 정도 된다고 한다. 서울~부산이 400km 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지 감이 올 것이다. 그걸 몰랐기 때문에 9일 정도의 길지 않은 기간에, 하노이 IN - 호치민 OUT 이라는 공격적인 발권을 했던 것.
친구랑 여행 계획을 짤때, 각자 가고 싶은 곳을 적어서 일단 공유해보기로 했다.
나중에 일정을 조율하면서.
- 베트남 땅덩이 자체가 넓음.
- 렌트가 불가능하고 대중교통 사정이 좋지 않음.
의 두가지 사유로 인해, 많은 후보 중 최종적으로 네 군데가 선정되었다.
나는 퐁냐케방과 호이안에 가보고 싶었고, 친구는 사파와 무이네에 가보고 싶었기에 골고루 섞었다. 지금 보니 자연과 유적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 바다와 들판을 좋아하는 친구 취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일정은 최초 하롱베이 크루즈 투어와 하노이-동허이 비행기 티켓만 예약했었고, 나머지 부분은 그 날 그 날 사정에 따라 변경하면서 예약했다.
여행의 모든 과정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는 비행기표 살때이다. 그때는 욕심이 세상 한껏 많아져서, 하루라도 더 빨리 여행을 일찍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무리해서 티켓을 사곤 한다. 매번 막상 상황이 닥치면 후회하는데, 살때는 항상 그런다.
2018년 2월 9일에도 그랬다.
2018년 2월 9일 설 연휴 주간을 맞아 금요일 오후에 칼같이 퇴근하고 집으로 향했다. 회사에서 정신없이 4시간을 보내고, 퇴근하면서 미리 신청했던 환전을 하러 은행에 갔는데 아뿔싸! 신분증을 집에 두고 온 것. 외환은행의 환전은 취소나 장소 변경이 안되고, 반드시 지정했던 지점에 직접 '신분증 들고' 찾아가서 수령해야 한다. 뭐 이런 그지같은 시스템이 다 있나...
할수없지- 하면서 어쨌든 일단 집에 와서 부랴부랴 배낭을 쌌다. 이번 여행은 이동이 많을 것 같아서 캐리어 대신 40L 짜리 배낭을 짊어지고 갔다. 2월의 베트남은 남북으로 여름~겨울이 다 있기 때문에, 옷이 좀 난감했다. 베트남 물가가 싸기 때문에 옷이 없으면 가서 사도 부담이 없으니 그냥 가도 될 것 같긴 하다.
공항가는 길에 핸드폰으로 SKT 할인 받아서 KB 여행자보험에 가입했다. 제일 싸구려 타입에 10% 할인받아서 7천8백 얼마였는데, 이때만해도 보험금을 탈 일이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외환은행에서 환전에 성공했다면 옵션으로 제공하는 여행자보험에 가입했을텐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보험에는 도난 물품 배상 항목이 없었다. 어쩌다보니 얻어걸린 케이스랄까. 여행자보험 가입할때는 반드시 도난에 대한 보상이 포함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대한항공으로 예약했는데,
진에어 코드쉐어 타는 호구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ㅋㅋㅋㅋ 하. 심지어 3좌석 중 가운데 좌석... 하지만 뭐 5.5 시간이면 별로 긴 것도 아니고 시간대가 이게 제일 잘 맞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진에어는 승무원을 얼굴로 뽑는지...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모든 승무원이 나이스해서 좋았다.
다만 영화가 안나와서 좀 심심... 심심해서 핸드폰으로 그림을 그렸다. 아무리 그려도 시간이 안가는 건 함정...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책을 두고 갔는데,
정.말.정.말. 어리석은 짓이었다...!
나중에 쓰겠지만, 베트남은 매우매우 책이 필요한 곳이다.
하노이 공항에 내렸는데, 나중에 사진보고 인천 공항인줄 ㅎㅎ 지금 보니 삼성 핸드폰 광고가 붙어있었구나. 베트남 공항에서는 택시 사기가 빈번하다고 한다. 심지어 피켓도 카피한 걸 수 있으니 반드시 몇가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호텔측에서 제공한 예약번호와 맞는지,
보통 호텔요금에 택시비가 포함되어 있으니 타기 전에 요금 문제를 처리
사기꾼이 많다고 해서 호텔에 픽업 요청을 했는데, 비행기가 1시간이나 연착되었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1시간동안 기다린 꼴... ㅠㅠ 죄송함미다... ㅠㅠ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도 30분 넘게 아저씨랑 연락이 안돼서 헤매다가 겨우 타고 호치민 중심가에 잡아둔 호텔에 도착했다.
늦은 밤에 도착해서 피곤했지만 피로 회복엔 맥주가 최고! 밤늦은 시간이라 근처에 문 연 펍은 없었고, 대신 길거리 노점상에서 하노이 비어, 사이공 비어 한캔씩 사서 마셔봤다. 내 취향은 하노이 비어가 더 맛있는 듯! 남쪽으로 가면 하노이 비어가 없는 곳이 많아서 좀 아쉬웠다.
호텔 앞 계단에 걸터앉아서 정체불명의 건물과 광장과 올드한 스타일의 골목을 보면서 맥주를 마셨다. 저 정체불명의 건물은 나중에 알고보니 쇼핑몰 + 전시공간 인듯했다. 황량한 광장은 밤에는 간간히 오토바이가 지나다니는데, 아침이 되면 무법과 혼돈의 오토바이 카오스가 된다. ㅎㅎ 베트남의 도로란 정말 무시무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