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코인 얘기 안하고 스팀잇에서 놀아보기" 실험을 하고 있는 스틱스입니다.
코인 얘기를 안하니 자연스레 뻘글 주제만 싸지르고 있습니다. 어흑 ㅠ.ㅠ
그래도 1일 1스팀잇 하는게 목표로 오늘은 무슨 뻘글을 올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제목을 잡아보았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0년 중반 캘리에서 학교를 다닐 때 였습니다.
저보다 몇살 나이가 많은 한국 유학생 선배(= 이후 호칭은 형으로)가 있었는데...
그 형이 비루한 저보다 더 비루한것입니다.
그 형이 주로 서식하는 학교 건물에서 제가 주로 서식하는 건물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데
비루한 제게 자판기 커피 또는 봉다리 커피(인스턴트 커피)를 얻어마시겠다며 매일 매일 하루에 한번은 그 먼 거리를 걸어오는겁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좀 천천히 걸어오시지 ㅠㅠ
(스토리와 상관없는 캠퍼스 사진 - 미국이 땅덩어리가 큰만큼 학교 부지도 엄청 커서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갈 생각을 하면 숨이 턱 막힙니다.)
캘리에선 사실 5분 이상 걷질 않거든요. 걷는게 주차장에서 목적지 정도의 짧은 거리죠...
그렇게 오시면 또 제 담배를 뺏어 피우시고(미국은 담배가 겁나 비싸서 ㅠㅠ) 커피도 마시고 잠깐 수다를 떨다가 돌아가시곤 했습니다. "형 갈께~"란 말과 함께요.
그러던 어느날엔 렌트비 때문에 집을 빼야겠다며 제게 같이 살자는 겁니다. 저 역시 비루한 처지에 스튜디오 방이라 같이 살 공간이 안된다 했는데 다행히 다른 선배 아파트에 룸메이트로 들어가시더군요.
저도 비루한데 이 형은 정말 저보다 더 비루하게 빡세게 공부하시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 형은 차도 없었습니다. 캘리에선 차가 없으면 사실 생활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데 아무리 캠퍼스에서 주로 서식해도... ㅠㅠ
그렇게 해를 넘기며 친하게 지내는데 한가지 이상한게 이 형 주변 친구들이 하나같이 다 부잣집 아들들... 이 형만 갑 오브 더 갑 비루함
한번은 카지노를 같이 갔는데 카지노에서 하는 짓이 어쩜 저리 똑같은지...
(제 라스베가스 카지노 알바의 강력한 라이벌이었죠...)
친구들에게 칩 뺏어서 맛난거 사먹고 몇시간을 저랑 같이 룰렛을 하며 놀았습니다.
그리고 공짜 맥주를 마시면서 그렇게 행복해할수가 없는겁니다.
그리도 비루하게... 저보다 더 비루하게 학교 생활을 하셨던 형이었습니다. 졸업을 하면 저 형도 멋진 직장인이 되겠지 했는데 졸업과 동시에... 무슨 미국 체인 레스토랑에 지점 매니져로 취직을 하신겁니다.
아니 형 왜? 이런데 취직을 하신거냐고... 형 전공도 있고 좋은 회사 들어가실 수 있는거 아니냐고 묻는데 웃으면서
아냐 난 원래 이런 비즈니스에 관심도 많고... 배우고 싶었다고...
그리고는 비루한 저를 자주 불러 맛있는 음식들을 무료로 제공해주셨었죠...
형이 돈을 벌면서 제게 그 동안 커피 삥을 뜯은게 미안했는지 치킨도 사주고 맥주도 사주고...
그 형의 정체는 제가 그 형을 알고 지낸지 몇년이 지난 후, 그 형이 그 미국 체인 레스토랑에 지점 매니져로 1년을 거의 꽉 채운 그때쯤이었습니다.
그 형 생일이라고 모였는데, 형 친구 중 한명이 생일 선물 얘기를 꺼냈습니다.
"너 생일 선물로 받은 호텔 이름 바꿀꺼야?"
(생일 선물로 호텔을 받다니...)
저는 순간 어안이 벙벙...
알고보니... 그 형은 모 재벌가의 직계 가족은 아니었지만 가까운 친척이었던 겁니다.
생일 선물로 호텔따위를 선물 받는... 모 재벌가의 사랑스런 조카였던겁니다.
작고 허름한 호텔이 아니었습니다.
괜찮은 위치에 있는... 프랜차이즈 호텔은 아니었지만... 나름 규모가 있고 역사가 있는 그런 이름있는 호텔이었습니다.
놀래서 형 뭐야 하고 물으니... 그냥 수줍게 웃으며 아무말을 안하는데, 주변 친구 형들이 그때서야 얘기를 합니다.
너 몰랐어? 애 XXX 그룹 패밀리잖아...
(진심 멘붕... 유주얼 서스펙트 중 한장면...)
유주얼 서스펙트의 마지막 장면처럼 전 순간 저한테 매일 찾아와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 달라는 형의 모습이 빠르게 오버랩되어 가면서 진정한 멘붕.
내가 재벌도 아니고 재벌가 아들도 아니고 재벌가 친척들도 아니지만, 그 쪽 친구들이 몇명 있었습니다.
그 중 어떤 애는 또래 친구들이 없는 친구들 사이에서 좀 불쌍한 친구도 있었고 그 중 어떤 친구는 전혀 낌새를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집에 놀러갔다가 알게된 친구도 있었고...
또 어떤 동생은 착하긴 한데 돈 많다고 저렇게 사냐? 쯔쯔쯔 하는 동생도 있었습니다.
이 형은 정말 반전이내요.
그렇게 겸손하고 돈 없이 비루하게 맨날 밥 사줘 커피 사줘 했던 형이었는데...
옷도 늘 몇장의 티셔츠로 돌려막기 하시던 형이었는데... 바지는 돌려막기도 안하심 그냥 한벌이었음. 반바지 하나 청바지 하나...
그날도... 친구들의 그런 얘기를 듣는데 민망해하며 그냥 수줍게 웃고만 계셨던 그 형의 모습이 생각나내요.
그리고 그 미국 체인 레스토랑을 1년 넘게 다니시다가 언젠가 절 찾아와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이제 그만 다니고 내꺼 해보려고... 그래서 알겠다 했습니다...
그리고 그 형은 새롭게 뜨는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와 계약을 해서 동시에 8군데 매장 오픈을 하시더군요. 그 중 몇군데는 아예 건물 자체를 사서 진행을...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일뿐 In&Out은 아니었습니다. In&Out은 프랜차이즈를 남에게 주지 않는걸로 유명하죠.)
그 때 깨달았습니다. 아... 스케일이 다르구나...
딴 가게에서 매니져로 일했던건 마치 자기 사업을 위해 직접 몸으로 배운 트레이닝 기간이었나봅니다.
문득 화창한 오후 창가를 보며 커피 한잔 마시는데 그 떄 땀 흘리며 찾아와 자판기 커피 또는 봉지 커피(인스턴트 커피) 하나 마시자는 그 형의 얼굴이 떠오르내요.
이런 분들은 아마 갑질 따윈 하지 않겠죠?
자신이 이룬 부가 아닌 부모나 친척의 도움으로 남들보다 출발선이 빠른거뿐이고 이걸 부끄러워하던 그 형이 생각나내요.
그 형 나한테 맨날 밥사먹을 돈도 없다며 몇불씩 빌려갔었는데... 언제 캘리에 가게되면 찾아가서 그 때 그 얘기나 하면서 회포를 풀어봐야겠습니다.
짧은 상식
한국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간의 갑질 분쟁이 많은거 같습니다. 미국에선 프랜차이즈 사업에 가맹점으로 들어가고자 할 경우 이런 부분들에 대해 확실한 안전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명시적으로 그리고 도의적으로...
한국도 문서상으론 그러겠지만, 가령 이해를 돕기 위해 강남 지역에 A라는 프랜차이즈 가게를 내가 신규로 열었을 때, 그 지역에 가게를 추가로 낼 수 있는 권한은 제게 주어집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그 강남 지역에 위치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기본적으로 본사에서 계약을 해주지 않습니다. 약간 그냥 상식처럼요. 그냥 안되는 거라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미 4개의 매장이 있는 신사동이 있는데 거기에서 매장이 나오면... 주로 계약 조건이 4개의 매장을 모두 내가 인수해야 합니다. 즉 팔려는 4개의 매장 주인도 한사람입니다.
즉 같은 상권 / 동네인 경우 본사에서 여러 사람에게 매장을 내주는게 아니라 한사람에게 몰아주기 또는 그 한사람이 계속 그 지역에 추가로 매장을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상권 분석이 끝나 새로운 지역에 매장을 오픈 할 계획이 있는 경우 새로운 사장님을 찾는게 아니라 기존에 운영중인 오너들 중 장사를 잘 하고 있는 사람에게 먼저 기회를 줍니다.
왜 이렇게 하는지는 상식적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내 브랜드로 장사를 잘 하는 사람이 새로 매장을 내도 더 잘 할것이고 같은 지역에 서로 다른 오너들이 있을 때 만에하나 있을지 모르는 자기들끼리 제 살 깍기식 경쟁 자체를 막기 위한 조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