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월요일 오후 세 시의 기록
새벽에 벌어지는 일
미치는 일 하나. 며칠째 계속 험난한 꿈을 꾼다. 그저께는 "#$%^&*아 저리 비키라고!!!!!!!!"를 외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고 어젯 밤엔 소름끼치는 호러 무비 한 편이 제작되었는지 소리를 악! 지르며 깨버렸다. 육성이 함께 터지는 악몽을 꿀 때면 이상하게 꿈에서부터 말이 많다. 그저께 밤에는 장시간동안 나를 괴롭히는 누군가를 다그치고(뜯어말리고?) 있었다. 앞부분의 대사를 웅얼웅얼 읊조리다가, 뒷 대사부터 실제 목소리로 나오는 경우였다. 호러 무비 꿈은... 기억도 하기 싫다. 두두는 이틀째 날벼락처럼 나에게서 새어 나온 악몽 조각에 달콤한 잠이 찢기고 있다. 걱정 말라고, 괜찮다고 말하는 두두의 손을 꼭 잡고 악몽을 겨우겨우 떨쳐내고서야 다시 조심스레 잠이 든다. 무슨 일일까, 이게.
주중 아침의 혼돈
오전 6시 50분. 제대로 잔 기분도 안 느껴지는데 다시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니! 더 이상 주말이 아니라 월요일이야. 다시 5일간 아침에 사투를 벌어야 한다는 의미다. 오늘은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서 이미 5분 정도 늦은 바람에 서둘러 조리도구와 식재료를 준비해서 2층 부엌으로 올라갔다. 아침에 양치를 하고 물 한 잔을 딱 마셔줘야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데 오늘은 그 과정도 모조리 생략이다.
7시 15분쯤 되면 아침에 일어난 집 주인 형의 초등학생 딸이 감시반처럼 부엌을 해집고 다닌다. "You forgot to turn off the fire.(아직 인덕션이란 말은 모른다)", "What is this?", "Here!", "There!" 집 주인의 큰 형은 정리 정돈에 강력한 결벽증이 있어서 유독 그 일로 아이를 크게 혼낸다. (안타깝게도 본인에게만 결벽증. 우리 눈에 보이는 다른 곳의 지저분함은 못 보고 본인이 볼 수 있는 부분만 깔끔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부엌이 그 중 하나. 부엌의 청결 기준은 좀 과하다. 말 그대로 '먼지 한 톨 없게'. 그래서 아쉬운 소리 듣지 않으려고 1층에 있는 작은 청소기를 돌려버린다.) 그래서 이 녀석도 아빠가 하는 걸 따라하는 모양이다. 아직 정리도 다 안했는데 와서 이리저리 들쑤시고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아직 어린 아이지만 어떻게 그렇게 얄미운지. 그래,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을까. 아이는 그저 아빠한테서 칭찬을 듣고 싶어서 그러는 것뿐인데.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된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가도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자연히 크면 알게 될 부분이라 우리가 나서지는 않기로 했다. 저 나이 때 정리정돈 습관이 제대로 잡히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 아이의 어머니는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그것만으로 우리는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게 과잉 행동만을 무시하거나 '부탁과 감사'의 방식을 사용해 컨트롤 해보기로 했다. 부엌 사용 시간 7시 20분에 딱 맞춰서 1층으로 내려왔다. 휴- 아침부터 전쟁이 따로 없다.
인생에 풍미를 더하는 것
1kg짜리 모짜렐라 치즈가 3분의 1 정도 남았는데 푸른 곰팡이가 생겨서 죄다 버리고 말았다. 모짜렐라의 맛에 너무 질리기도 해서 치즈를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두두의 점심 도시락에 치즈는 꼭 있어야할 것 같아서 이번엔 세일 중인 슬라이스 치즈를 2개 샀다. 하나는 에담Edam 치즈, 하나는 Chedda치즈였다.
에담 치즈라, 처음 보는 이름이라 맛이 궁금했는데 어제 레드 와인 마지막 잔에 슬라이스 하나를 먹다가 무척 맛이 좋아서 기절할 뻔했다. 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샌드위치에 넣어 먹어봤더니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최고의 풍미였다. 우리는 아침 식사로 늘 비슷한 식재료를 써서 맛이 늘 비슷한데, 에담 치즈 한 조각이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맛을 자아냈다. 오랜만에 산 자몽 주스도 새로움에 한 몫 했다. 밖에서 사 먹는 브런치보다 백 배는 맛있었다.
분명 며칠간 악몽을 꿨는데 말이지, 요즘의 나는 창작 에너지가 출렁이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왜 악몽을 꾼 걸까. 긍정적인 에너지와 약간의 강박이 만들어내는 환상 특급인걸까. 그리고 왜 악몽을 꾸고 일어났어도 오늘 하루가 샌드위치에 더해진 에담 치즈처럼 풍미롭게 느껴질까. 답은 간단하다.
악몽을 차츰차츰 전환시켜준 오늘의 사소한 일들은 이렇다.
ⓒ chaelinjane
정오부터 비구름이 물러가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기 시작했다. 어제 한 빨래와 아까 쓴 젖은 수건들이 바싹바싹 잘 마르고 있다.
숲이 보이는 데크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예쁜 새가 나무 위에서 신기한 소리를 내어주었다.
아침에 먹고 남은 재료로 샌드위치 하나를 더 만들어 먹었다. 물론 에담 치즈를 얹고 자몽 주스도 함께! 캬.
어제 티스토리 블로그로 제안을 주셔서 오늘 아침 블록체인 매거진 '마나마인'의 필진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어떤 연재물을 기록해나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기존에 올렸던 연재물들은 지금처럼 진행하고, 마나마인 매거진에서는 새로운 시리즈를 써나갈 계획이다. 오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아껴둔 사진책을 펼쳤다. 창작의 기운이 펄펄. 열심히 할게요!
개인적으로 샤워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일정에 쫓겨 억지로 하는 샤워는 그냥 'To do'일 뿐. 내가 원하는 시간에, 무의식적인 생각을 이어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샤워를 할 때는 정말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샤워를 딱 하고 나왔는데 햇살이 점점 모습을 드러냈고 저녁에 커피 수업 일정도 잡힌 것. '나가야 하니까 씻어야지.'가 아닌 것만으로도 상당히 주체적인 기분이 든다.
커피 수업이 있는 오클랜드 시티로 두두와 함께 간다. 사실 버스 타고 혼자 일찍 나갈까 싶었는데 두두가 5시에 퇴근하고 함께 가자고 해주었다. 왕복 버스비 6.6달러, 한국으로 따지면 거의 5천원이다. 버스비도 아끼고 두두랑 함께 드라이브하고. 내가 실기 수업을 하고 있을 때 두두는 와이파이가 펑펑 터지는 주차장에서 자유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올 때 갈 때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참 좋다.
이 글을 올리고 나면, 새 시리즈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5시가 되기 전까지 고군분투할 생각이다. 이럴 수 있는 에너지와 기회에 너무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