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손톱이 없어져 있었다.
놀라움도 잠시 안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지윤아, 지윤아! 소리는 방에서 방을 넘어 집과 집, 동과 동 사이를 오갔다. 모두가 각양각색의 손가락 위에 떡하니 있어야 할 검지 손가락 하나가 없다는 이유로 아침부터 바닥에 불이 나도록 요란을 떨고 있었다. 나 어떡해, 너도 없어? 이게 무슨 일이야. 자기 손톱 없는 지도 모른 채 아이 손가락을 붙잡고 곡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건 하루 아침, 어느 평범한 목요일 여덟시의 일이었다.
곧장 보도가 나왔다. 원인 불명으로 손톱이 사라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나 앵커들은 직접 자기들의 텅 빈 손가락을 보이며 뉴스를 진행했다. 마비될 줄 알았던 아침 방송국은 이내 이 괴현상을 주제로 한 아침 토크쇼로 가득 찼다. 무엇을 먹어 그리 됐는지, 혹은 어디에 갔다온 적이 있는지 서로 추궁하며 공통점을 찾는 데 혈안이 됐다. 간혹 패널들 중에 의학적 견해로 좌중을 압도하는 이도 있었다. 그는 치과의사였다. 아침 댓바람부터 다들 티브이만 붙잡은 채 뭐라도 신통한 말이 나오지 않을까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었다.
에이. 뭔지도 모를 일에 내 밥줄 끊길 수 없지.
여덟시에 흔히 볼 수 있던 출근대란은 열시쯤에 시작됐다. 도통 이 기현상을 제대로 진단하는 설명을 찾을 수 없었다. 감염자는 10에서 100, 241명으로 급속히 늘어갔다. 처음 정부의 긴급성명에 따라 격리병원에 들어가려던 사람들은 이내 대부분 자기처럼 손톱이 없다는 걸 알자 안심했다. 뭐야 나만 그런 게 아니잖아. 다 전염된 거면 어차피 더 걸린 거 갇혀있어 뭐하랴. 설마설마 하는 마음에 회사에 나가보니 옆에 있는 김대리도 손톱이 없었다. 티브이는 더 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다소 불안한 마음에도 일단 평소처럼, 다만 다들 손톱 하나 없은 채로 일상에 접어들었다.
이내 인증샷이 쌓이기 시작했다. 한 고등학생의 검지 손가락 인증샷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이내 웬만한 사람들의 헐벗은 손가락 사진으로 이어졌다. 불안은 점차 안도로 바뀌어갔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아 다들 그런 거구나, 아 손가락 하나가지고. 페이스북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도 온통 손가락 사진밖에 없었다. 이따금 자신은 멀쩡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작극으로 판명났다. 아직 기현상이 누구에게, 어떻게,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확한 보도는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해결의 움직임은 엄마들로부터 시작됐다. 정확히는 아이가 검지 손톱을 잃어버린 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도무지 자습에 집중을 못하는 것에 분개한 엄마들의 항의에서 출발했다. 처음엔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었던 엄마들은 이내 이런 극한의 상황에도 공부를 놓지 않는 학생의 일화를 카톡으로 접했다. 감동과 함께 걱정이 몰려왔다. 담임쌤에게 득달같이 연락을 해봐도 아이들이 아무래도 혼란하다는 싱거운 답장만 왔다. 결국 아이들과 더불어 정부를 다그치는 것도 엄마들의 몫이었다.
해결할 수 있다면 기다, 아니다를 공표해 소란을 잠재워달라는 성명이 잇달았다.
그 때 한 보도를 통해 모 기업의 총수 또한 같은 기현상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흘간 잠복한 끝에 얻은 사진에서 총수는 손에 붕대를 감은 채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뒤에는 왕진 의사로 보이는 사람 같다는 추측이 이어졌다. 모 기업은 아직 확인 중일 뿐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했지만 실사간으로 인터넷은 울렁거렸다. 야, 재벌 총수도 걸린 병이래. 그럼 뭐 다 걸린 거 아냐? 다행이다, 나만 걸린 건 아니라서. 물론 재벌 총수가 같은 현상을 겪는데도 정부가 이렇게 안일하게 대처할리 없다는 소수 의견이 공존하긴 했다.
허나 기묘하고 괴랄한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 종편에서 단독보도를 냈다. '[속보] 손톱 기현상 보이지 않은 첫 손톱녀 발견... 장애인으로 밝혀져' 알고보니 모두가 앓고 있는 사소한 전염병을 빗겨간 이는 어렸을 때 유전병으로 시각을 잃은 장애인이었다. 그녀는 세상 천지 사람들이 검지 손톱을 잃은 채 어찌저찌 살아간다는 소식을 집 밖에 나와서야 알 수 있었다. 그의 검지 손톱은 평소처럼 제자리에 있는 게 느껴졌던 까닭이다. 그는 설마설마 하는 마음에 보건소를 찾았고 하루만에 이 땅에서 유일하게 검지 손톱을 보유한 국민으로 탈바꿈 했다.
공방이 계속됐다. 그의 손톱이 진짜인지, 그렇다면 왜 그에게만 손톱이 남아있는지, 여전히 유사 사례는 발견되지 않은 것인지 말이 많았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국민안전처에서 현재 감염자의 정확한 수를 조사 중이며 감염자의 자가 격리와 비감염자의 자가 신고를 격려했다. 인터넷 상에서도 그녀의 손톱이 어쩌면 네일일지도 모른다, 왜 저 여자만 멀쩡하냐, 어차피 장애인이라 안 부럽다는 식의 댓글이 즐비했다. 무엇보다 재벌 총수도 피해가지 못한 전염병, 어차피 모두가 겪는 현상인데 왜 저 사람만 괜찮냐며
그럼 우리도 장애인 돼야 하는 부분?
이라는 댓글이 엄청난 좋아요 수를 자랑했다. 다행히 그녀는 인터넷을 볼 수도, 볼 수 있었더라도 딱히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었다. 다만 이상한 기류를 느낄 수 있었다. 실로암 마사지센터 직원들이 자신을 슬슬 피하는 게 느껴졌다. 혹은 반대로 평소에 말도 안 붙여본 사람들이 이름을 불러가며 정말 손톱이 있냐고 제 손을 만져대는 걸 참아야만 했다. 혼란했다. 아직 모두가 감염됐다는 말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다들 자신만을 주시하며 병균처럼 멀리하거나 치료제처럼 움켜쥐려는 게 여간 불편했다.
이 와중에 기자들보다 늦게 도착한 보건복지부 직원은 자신을 따라와야 한다며 닦달했다. 그나마 있는 비감염자라도 격리해야지 안 그랬다가 다 걸리면 완전 독박쓴다며 성화였다. 저기 죄송한데요, 저만 안 걸렸는지 어찌 알아요, 혹시 누가 더 있을 수도 있잖아요. 말이 통하진 않았다. 아 됐구요, 지금 안 가시면 제가 많이 곤란해져요, 장관님이 본인을 부르는 거니 격리라는 말에 너무 신경쓰실 필요 없구요, 우선 싸인 해주세요. 무슨 난리인지 알 길이 없지만 워낙 뒷통수를 때리는 눈들이 많아서 도저히 싸인을 안 하곤 배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사흘이 더 흘렀다. 정부는 드디어 발표를 냈는데 내용인즉슨 국민 대부분이 감염자라는 것이다. 그 중에 약 235명 정도가 비감염자며 따로 준비된 보호병원에서 조사를 통해 치료제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는 계획도 덧붙여졌다. 보호가 아니라 격리병동에 가깝지 않느냐는 비판이 일었지만 그것도 잠시 이 기현상을 해결하고 모두 낫기 위해선 불가피한 희생이라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그들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금전적 보상을 받으면 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됐고 대부분 4일가량 지나도 멀쩡하니 걱정말자고, 그만 징징대자는 글도 간혹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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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결말은 허무했다. 사건의 전말은 몰카 하나로 들통났다. 한 고급 호텔 화장실에 설치된 몰카를 통해 모 재벌 총수의 손가락 소문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곧이어 해당 기업뿐 아니라 다른 기업 오너 일가들도 이 기현상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000명 가량을 대상으로 원인규명에 나선 한 민간단체에서 전염병이 한꺼번에 발현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원인이 수돗물에 있다는 가설을 들고 나왔다. 즉 수돗물을 다루는 화학약품 중 불량이 있어서 여러 사람에게 동시다발적으로 피부질환이 발생한 것. 비감염자도 조사해 원인을 밝히자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비감염자를 분리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로 갑론을박만 갈린 채 사태는 허공을 부유했다.
그새 비감염인 보호조치는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됐고 정부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북한 공작원이 있다는 발표를 뿌리기에 이르렀다.
#쮼 #소설
예전에 끄적였던 습작이라 하기도 민망한 막글ㅠ 쓰다가 삼천포로 빠진 흔적이...ㅎㅎ 어차피 웹 어딘가를 떠돌고 있기에 스팀잇에도 박아봅니다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