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 길에 새끼 고라니를 치었다.
루띠만한 작은 고라니 두마리가 측면에서 튀어나오더니,마치 라이트에 빨려들듯이 순식간에 범퍼로 뛰어들었다.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둔탁한 소리가 났다.바로 사이드 미러를 통해 황급히 뛰어가는 두마리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내려서 차를 확인해 보니 번호판이 약간 찌그러지고 안개등은 충격으로 인해 분리되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고 교통사고는 예후가 중요한데 마냥 걱정이다.동물 키우는 입장에서 더욱이 그렇고 마음이 안좋다.차가 많이 상하지는 않은 것을 보아 치명상을 입을 정도의 충격은 아니길 바라는 중인데,붙잡고 확인해 보지 않는 이상 모를 일이다.
머릿속은 여러 감정이 뒤섞여서 대혼전중이다.그 중엔 억울한 마음도 있다.
"참 나...정면도 아니고 바로 옆에서 튀어나오는건 도저히 피할 재주가 없잖아.."
자리가 자리인 만큼 순화해서 적자니 저렇다.
실은 개발새발족발 멍청한 놈들아 하며 도로 한복판에서 절규했다.
10년 가까이 다닌 길이다.이 시간에 개미 한마리 길 건너는 광경을 못 봤건만..8차선 성남대로 가천대 앞에서 고라니가 튀어나올거라는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을까.
하루종일 작업도 잘 안풀리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줄창 보내다 기분 안 좋게 발을 옮겼는데, 마지막까지 안 좋다.잠은 다 잔 것 같다.심장이 계속 뛴다.소심병이 다시 도졌는지 '저게 만약 사람이었다면...' 같은 불필요한 망상까지 들면서 마음이 진정이 잘 안된다.그렇다고 더 큰 사고를 막아준 액땜이라 치부하기엔 고라니가 계속 걸린다..
그간 운전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와서일까?
언젠가부터 자만심에 고삐가 느슨하게 풀려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사고라는 것은 항상 이런 식으로 찾아왔었다.다시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