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에 대한 논평 이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개념이 있다. 바로 문송합니다.
이 말은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의 줄임말인데 주로 취업시장에서 통용되던 말이었다. 문과출신은 안 그래도 좁은 취업문을 두드려보기조차 힘든 현실을 빗댄 말이다. 순도 100% 문과생이자 수포자인 난 그걸 뼈저리게 느끼며 살았다. 인문학 전공자라는 자부심은 사회에 나감과 동시에 점차 무너져갔다.
고3때 윤리 선생님께 들은 말이 생각난다. 그분께선 이과가 취업과 연봉에서 유리할지는 모르지만, 최종적으론 이과생 위에 문과생이 있다고 했다. 국회의원이며 장관, 대통령의 태반이 문과 출신이라고 했다. 결국 꼭대기에 있는 건 문과출신이라 했다. 일견 맞는 것 같았다. 이과 출신 여자대통령이 한명 있긴 했지만, 사회 지도층 대부분은 문과출신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이제 바뀌겠지만.
18일 목요일에 있었던 암호화폐 토론에서 유시민은 문송합니다를 시전했다. 그것도 여러번이었다. 막히거나 불리할때면 문송합니다를 시전하며 자기가 아는 프레임내에서만 논쟁을 이어갔다. 기술적인 논의가 나오면 자기는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익숙한 영역으로만 논의를 축소시켰다. 결국 유시민이 의도한 프레임에 갇혀 지지부진하다 끝났다. 유시민의 근소 우위로 토론은 끝난 듯 보였다. 대중들은 유시민의 논리를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문송해서 슬프고, 그가 ‘말싸움’에서만 승리해서 씁쓸하다.
이것은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일 수 있다. 앞으로의 사회 변화는 모두 기술발전에서 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과실은 이과출신이 가져가고, 남은 잉여를 문과생이 취할 것이다. 문과생은 앞으로 자주 문송할 것이다. 모를 땐 문송하며 자기가 아는 영역에서는 뻔뻔할 것이다. 이것은 위태로운 허장성세다.
문과생인 나는 블록체인 기술을 아주 대강 이해하고 있으며 여타 코인 백서들은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문과 출신의 한계인지 내 한계인지와는 별개로 나같은 이들은 문과라고 모른다며 이과생이 쉽게 설명해주며 떠먹여주는 사실만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점차 사회에선 뒤처지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다 나중엔 배제될지도 모른다.
정재승, 김진화 vs 유시민의 토론은 결국 문과는 이래서 안된다는 대패배의 출발점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뭐 나중에 특이점이 온다면 이과생조차 기술발전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봤자 문과생보다는 나을 것이다. 문과출신 코인 투자자인 나는 유시민을 보며 문과 출신임이 부끄러워졌다.
앞으로 인문학적 사고방식은 기술발전에 제동을 걸며 딴죽 거는 역할만 하게 될지도 모른다. 말빨과 논리에 익숙한 이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정책이 채택된다. 그러면서 이과생들이 만드는 기술과 발명품에 딴지를 걸며 사회 발전을 막는다. 이미 사회는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난 그것이 부끄럽고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