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남자가 된날
내가 국민학교 6학년때
(그 때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 라고 불렀다)
지금처럼 농기계가 없던시절
논에 모를 내는데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어린 우리들도 모내기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어른들의 일손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합숙까지 하는 축구부가 있었는데
우리 담임선생님은 이 축구부에 대한
애착이 광적으로 커서
축구부 아이들이 먹을 간식비며
각종 먹거리를 걷곤 했다.
농번기로 한참 바쁜 계절에
축구부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고
운동신경이 무딘 나와
몇몇 친구들은 모내기 지원에 나갔다.
논에서 일하기를 서너시간
아주머니 서넛이 광주리에 점심을 이고
논두렁길을 걸어오고 있을 때
그 뒤로 빨간 유니폼을 입은
축구부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먹거리가 펼쳐질 즈음
담임 선생님은 모를 낸 우리들에겐
집으로 가라 하고
축구부 아이들에게
어찌보면 우리의 노동의 댓가인 밥을
먹이려고 했다.
나는 주변에 계신 어른들 앞에서
큰소리로 부당함을 이야기 했다.
어른들은 담임선생님에게 눈치를 줬고
결국 축구부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