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가족이 된지 27개월차
부모와 다르게 첫째에게 둘째가 가족으로 인식되는 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첫째 관점에서 바라보는 가상의 이야기를 써본다.
- 어느날부터 엄마의 배가 예전보다 커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엄마 배 안에 내 동생이 있다고 한다. 동생이라는게 뭘까. 가끔 아빠나 엄마가 엄마 배르 가리키며 동생에게 이야기 해주라고 한다.
저기에 누가 있는 거지?
- 동생이라는 녀석이 태어났다. 엄마와 아빠가 나보다 저 누워서 꼬물거리는 '아가'에게 더 관심을 가진다. 책을 읽는 것도 내가 좋아하던 만화도 혼자서 보는건 재미가 없는데... 그냥 엄마 아빠가 나와 놀아줬으면 좋겠다.
다 싫고 짜증난다.
- 동생이 나를 보고 아는체를 한다. 동생 이름은 "튼실이"라고 엄마가 가르쳐 줬다.
내가 웃긴 표정을 지으면 숨이 넘어가도록 '꺄르르'하고 웃기도 하고 내가 내민 손을 나보다 더 조그만 손으로 꼭 잡기도 한다. 내가 누나인걸 아는 걸까.
이런 동생이라면 같이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 엄마에게 놀아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놀아주지 않아 화가 났다. '튼실이'가 생기고 나서부터 엄마는 계속 피곤해한다. 집에서는 우는 소리가 끊이질 않아서 내가 뭔가를 하다가도 짜증이 난다. 저 울음 뒤에는 엄마가 나에게 뭘 해주지 않는다. 오늘은 더 놀고 싶어서 평소에 하지 않던 투정을 부렸지만 엄마에게 더 크게 혼이 났다.
동생이 생기고 나서 엄마에게 자주 혼난다. 싫다.
- 이제는 밥도 내가 스스로 먹어야 하고 물도 내가 스스로 먹어야 한다. 혼자서 해야할 것들이 너무 늘었다. 아빠는 내가 이제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혼자서 해내야 한다고 했다. 양치도 혼자 해야하고 세수도 혼자해야 하다니 왜이렇게 혼자 해야 할게 많은거지??
이럴거면 어른이 빨리 되게 해달라고 하지 않았을텐데.
- 아빠가 자주 늦는다. 가끔 놀아줄때마다 아빠는 미안해하면서도 피곤하다고 한다.
엄마한테 들어서 알고는 있다. 내가 먹는것 입는 것 모두 아빠가 회사라는 데에 가서 일을 해야 할 수 있는 거라고. 하지만 아빠가 늦는건 동생이 나타나고 난 뒤부터다. 아빠는 동생이 생겼으니 일을 더 열심히 해야 된다고 한다.
맛있는거 안먹어도 좋으니 나랑 놀아주세요.
- '튼실이'가 걸어다닌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뭐라고 하는데 기분이 좋은걸 보니 날 사랑한다고 하는 것 같다. 자기가 먹던 과자도 나에게 나눠주고 안아달라고 하니 다가와서 안긴다. 언젠가 아빠가 동생에게 화를 낼때 나도 모르게 내가 나서서 그러지 말라고 했다. 아빠가 놀라면서 나보고 기특하다고 안아줬다.
역시 동생을 챙겨줄 사람은 나밖에 없는거 같다.
- 엄마와 아빠가 동생을 재우고 이야기 하자고 했다. 엄마와 아빠가 너무 동생만 챙기는 것 같다고 생각되면 "안아주세요"라고 말해달라고 하신다. 동생이 울때 해봤는데 우는 아이 내비두고 나에게 와서 꼬옥 안아주는 엄마와 아빠를 보니 동생보다 날 사랑하는게 맞는것 같다. 동생이 더 있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내 동생이 더 울지 않게 어서 가서 토닥여 주세요.
27개월차. 첫째가 없는 양육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첫째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나이차이가 거의 5년은 나는 것도 있겠지만 아이가 사랑을 받는 다고 느끼게 하고 둘째를 첫째가 챙길때마다 칭찬하는 것이 아이가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하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많은 부모들이 둘째가 태어나면서 첫째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평소에 그러지 않던 아이가 떼를 쓰고 화를내고 고집을 부린다.
아이는 자신만을 부모가 사랑하기를 바란다.
부모는 내 아이가 나처럼 둘째를 사랑하기를 바란다.
둘째에게 보여주는 관심이 '더'사랑해서가 아닌
'더' 어리기 때문임을 인식하게 되면
아이는 자신이 부모에게 받은 사랑은 동생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한다.
첫째를 사랑하는 일은 둘째를 양육하는 일보다 중요하다는 사실
첫째가 둘째를 가족으로 인식하는 순간 부모는 시간을 가지고
두 아이를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