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기태변호사입니다.
지금 JTBC를 통해 안희정 지사가 수행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JTBC에 따르면 안 지사는 성관계사실은 인정하고, 다만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고 합니다. 저도 굉장히 충격을 받은 상태인데요, 현재 고발 내용을 토대로 법적 쟁점이 무엇일지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1. 성관계 자체를 인정하는지?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우 성관계 자체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그런데 현재 안희정 지사 측에서는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고 JTBC는 보도했는데요, 아직 공식입장이 나오지 않은 만큼 확실히 인정을 하는 것인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실제로 성관계를 인정하는 순간 이것이 강간이나 업무상위력간음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안희정 지사가 성관계를 인정했다면, 성관계가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경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 강간에 해당하는가?
피해자는 4차례의 성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성폭행이라 주장하는데요, 이 네 개의 성관계가 강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것입니다.
강간죄는 폭행,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여기서 폭행, 협박은 직접적인 경우만 인정된다고 형법 교과서에 써있지만, 실무에서는 직접적이지 않고 간접적인 경우에도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경우'라면 폭행, 협박이 있었다고 인정됩니다. 예컨대 남녀가 한 방에 있고 위협적인 몸짓을 보여 여자가 두려워서 저항하지 못한 경우에 실무에서는 폭행, 협박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첫 번째 성관계에 대해서는 강간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강간을 당했는데도 그에 대해 대책을 세우지 않고 세 차례나 더 강간을 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래에서 설명드릴 '위계에 의한 간음'죄 성립여부와 관계없이, 적어도 뒤의 3건의 성관계에 대해 '강간죄'가 인정되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요.
3. 증언만으로 처벌이 되나?
여기서 '증거가 없는데 증언만으로 처벌이 되냐'라고 의문을 가지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성범죄는 증언 외의 증거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증언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을 고려하는데요,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면, 즉 앞뒤 상황을 정확히 묘사하고, 경찰 검찰 법원 등에서 반복되는 진술에도 기억이 비교적 명료하고, 피해자나 가해자의 이후 행동 등이 피해사실에 걸맞는 상황이라면,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되고, 여기에 더하여 범행의 전후사정에 대한 제반증거를 종합하여 법관이 경험적으로 범행이 있었다고 볼 만한 상황이라면 유죄가 될 수 있습니다.
4. 위계에 의한 성폭력?
형법에서'위계에 의한 간음죄(제303조, 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가 있긴 하나 여기서 말하는 위계는 位階 즉 지위의 등급이 아니라, 僞計 즉 '거짓 계략'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법률 용어는 '위계'가 아니라 '위력'입니다.
형법 제303조 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 ①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약 업무 고용 관계로 보호 감독하는 자(안 지사)가 보호 감독받는 자(피해자)를 위력으로 간음했다면, 설령 직, 간접적인 폭행, 협박이 없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03조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강간이 인정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업무상위력간음죄가 성립할지가 가장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고, 판례에 따라 '업무 고용 관계로 보호 감독하는 자'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때, 결국 안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서 간음을 한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유형적이건 무형적이건 묻지 않고, 행위자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4도 5868 판결).
결국 사실 성관계가 인정된 이상, 정치적인 권세가 훨씬 강하고 직접적 고용관계에 있는 안 지사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 등이 밝혀진다면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요.
5. 앞으로에 대한 전망
안 지사가 성관계를 인정하였다면, 과연 합의하였다는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용관계상, 일부 친근한 분위기의 문자 등을 보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합의하였고 거기에 위력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러므로 안 지사가 특별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결국 두 사람을 지켜본 직원 등의 증언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피해자가 먼저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행위를 누군가 보았다거나, 피해자가 뒤에서 다른 직원에게 안 지사와의 합의 이야기를 하였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진술이 사실인지는, 기본적으로는 안 지사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증언이라면 안 지사에게 유리하게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크겠지만, 신빙성을 따로 따져봐야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안 지사가 합의라고 평가한다 해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합의가 아니라 위력에 의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그래서 결국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한번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