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기태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짤막한 근황과 단상을 전합니다.
#MeToo 운동과 함께, 변호사들에게는 황금어장 또는 힘든 나날들이 열렸습니다. 물론 폭로의 대상이 되었으나 자신은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성범죄를 당하였으나 그냥 넘어간 건들에 대해서, 폭로나 고소를 해야 하는지, 해야 한다면 어느 선으로 해야 하는지를 많이 질문받고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신경쓸 일이 많지만 그래도 생업으로 기능을 하지만, 전자보다 몇 배 많은 후자 상담의 경우에는 공익을 위한 일이기도 하여 돈을 받지 않고 있는데 밤낮으로 상담이 몰리다 보니 생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입니다. 사실 '스팀잇 법률가이드'라는 일환으로 저작권법 관련 글을 쓰겠다고 야심차게 말해 놓고서는 근래 너무 바빠서 손댈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어흑.
미투 운동에 대한 생각은 복합적입니다. 운동의 의의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합니다. 직장에서의 불이익 등 현실적인 이유로 넘어갔던 일들을 이제야 문제삼는 것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제라도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저도 백방으로 돕고 있는데 사실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명백한 성추행이지만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생업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참았던 경우 등등.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백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거짓 폭로가 생기고, 이에 대해서 선정적인 언론이 앞뒤를 자르고 사람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아무리 봐도 망상증 환자거나 어떤 목적이 있는 것 같은 폭로자도 있고, 언론에 나와 인터뷰를 한 폭로자가 인터뷰 이후에 피폭로자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그렇게 이야기하려던 게 아닌데 이상하게 편집되었다.. 어떻게 하냐'라고 눈물로 호소한 경우도 실제 있으며, 과거 폭로를 했고 허위로 밝혀져 검찰에서 사과까지 했던 사람이 미투 분위기에 편승하여 다시 폭로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투운동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하나, 그것이 사회적으로 만연했던 성추행, 성희롱, 특히 권력형 성추행을 방지하고 예방하려는 차원, 그리고 처벌이 가능한 이들에게 처벌을 하는 차원에서 일어나야지, 특정 개인을 확인되지 않은 폭로를 바탕으로 단죄하고 여론의 힘으로 매장시키는 방법으로 이용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변호사로서는 늘 겪는 갈등인, '가해자의 법률대리인을 할 것인가'도 요즘 고민하는 주제입니다. 본인이 결백을 주장하고 제가 봐도 결백한 사안이라면 사실 제가 결백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싸워야 합니다. 이런 경우들도 많죠.
그런데 본인이 실제 일을 저질렀는데 '덮고' 싶어하는 경우, 본인이 저지른 일의 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등은 참 고민이 됩니다. 결국 그분들도 변호사의 조력을 얻어야 할 텐데, 그래도 내가 조력을 하면 되도록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지만 다른 변호사가 맡으면 더 범죄를 덮는 방향이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내가 이 건을 맡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등등 여러 가지로 고민이 됩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이런 건들은 변호사들이 좋아하는 건이 아닙니다. 악명만 남고 보람도 돈도 안 되는 일들인 경우가 많거든요. 삼성 이재용은 서로 변호하려 하면서 미투 가해자는 왜 안되냐? 이런 생각도 했는데, 변호사 선배들은 단언하더군요. '이재용을 변호하면 능력있는 변호사로 남지만, 미투 가해자를 변호하면 파렴치한 변호사로 남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라면, 다른 변호사들이 피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제가 맡아야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조력을 하고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순간순간 고민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의뢰인을 믿으면서도 믿지 않는 것, 의뢰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도 객관적이어야 하는 것, 의뢰인의 억울함을 내 일처럼 억울해 하면서도 필요한 상황에서는 결단을 하는 것, 의뢰인을 돕는다는 목적과 나의 가치가 충돌할 때 올바른 방향을 정하는 일, 이런 것들이 참 쉽지 않습니다.
이제 불과 4년 남짓 변호사 생활을 했지만 변호사는 여러모로 힘든 직업이라 생각이 듭니다. 물론 초짜 변호사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 특히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분들이 저에게 연락을 주고 저를 신뢰해 준다는 것은, 제가 자랑스러워할 부분이겠지요.
조금 여유가 생기면 다시 '스팀잇 법률 가이드'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한동안은 아마 미투 운동과 관련된 글들 외에는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최대한 짬을 내 보겠습니다.
Lucas Cranach the Elder, 간통한 여인과 예수, 1532
너는 자신을 위해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버림받은 모든 이들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어라. (잠언 31:8)
힘든 시간이지만, 억울한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변호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