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간혹 노가다를 할 때가 있다. 돈 없던 젊은 시절에는 일당 몇푼이 아쉬워서 나갈 때도 있었지만 나이를 먹고 나서는 친한 사람의 이사라던가 리모델링 같은, 남을 쓰면 큰 돈 들어갈 것에 대해 직접 하면 얼마 안 드는, 대신 육체적으로는 매우 고된 일을 자주 한다. 다른 게 고생이 아니다. 자재를 하나하나 나르는 것부터, 그 나른 것들을 다시 쓰임에 맞게 또 들어 올리고 끼워 맞추고 때려 부수고 하는 것도 고된 일이다.
어려서는 노가다가 너무 싫었다. 농부의 아들이었으니 농사일도 싫었다. 육체노동을 하며 사느니 죽는게 낫지 않나 싶을 정도로 싫었다. 나이를 먹으니 좀 달라졌다. 나 같은 경우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는 사람인지라 몸이 찌뿌둥한데, 그렇게 오랜만에 몸을 쓰는 일을 하면 다 죽어가던 몸이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전처럼 거부감이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그렇게 땀을 흠뻑 흘리며, 육체미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 아닌 고된 노동을 한 후에는 왠지 모를 보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거의 15년이 다 되어가는 옛날에 들은 말이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노가다는 매우 천대받는 직업이었다. 그런데 한 교수님이 말씀하시기를, 시간이 흐를 수록 노가다를 하는 사람은 줄어들기 때문에 노가다하는 사람이 교수보다 돈을 더 잘 벌 것이라는 말을 하셨다. 그럴싸하고 생각이 되면서도 과연 그럴까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그렇게 됐다. 일반적으로 노가다를 천대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하려는 사람도 없고, 특히 기술자는 더더욱 줄어들어서 숙련공은 대기업 임원이 부럽지 않은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또한 노가다라는 것이 그저 하기 싫은데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물론 돈도 많이 벌어서 그렇겠으나 오랜 삶의 기간동안 숙련이 되도록 잘하게 되자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즐기는 분들도 많이 보았다. 그런 분들은 공구를 들고 연장질을 하는 자체가 마치 어린아이가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남자는 어떻다 하는 말이 우스울지 모르겠으나, 역시 남자는 몸을 쓰는, 힘을 쓰는 일을 할 때 내가 이래서 남자로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칠고 위험하고 험하고 고된 일인데도 하고 나면 보람도 느껴지고 약간의 재미도 느끼게 된다. 내가 나이를 먹은건지, 아니면 세상이 변한건지 모르겠다. 이제 노가다라는 말은 나에게는 어떠한 신성함까지 느껴지는 단어처럼 되었다. 물론 일당을 위해 추운 겨울에 매일 같이 나가야 하는 분들에게는 겨우 며칠 노가다하고 이런 감상을 주절거리는 것이 조롱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노가다가 없으면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노가다는 남성에게 신성한 직업윤리를 깨우쳐주는 고귀한 노동행위임에 틀림 없다. 추운 날 고생하는 모든 노가다 인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