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 한다. 실체보다 가면을 쓴 이 공간에서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이고 싶고 쿨한 사람이고 싶고 실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한다.
그러다 자칫 실수를 하면, 현실의 내 앞에 누가 있는 것도 아님에도 개망신을 당한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리고 자신의 실수를 지우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 스팀잇이라는 곳에서는 버튼을 누른 순간 그 모든 역사는 이미 지울 수 없는 박제가 되어 영원이 남게 된다.
나도 여러 번 실수를 했다. 그럴 때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옛날 아마 내가 스팀잇을 잠시 떠났을 때는 그런 게 너무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잊힐 권리가 이슈가 되는 시대에 흑역사 영구박제라니, 너무한 거 아닌가?
하지만 그게 블록체인이다. 우리의 주관적 감정과는 관계없이 모든 것을 기록한다. “찾으면 다 나와.”라는 말처럼, 찾아보면 다 나온다. 그런 걸 생각하면 실수를 하게 될 까봐 글 하나도 잔뜩 움츠러들어서 글 하나도 제대로 못 올리게 되는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요즘도 매일 글을 올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실수를 하는 게 나만이 아니며, 또한 그런 실수를 일일이 뒤져볼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TV에 매일 나오는 인물들의 흑역사를 잘 안다. 그렇다고 그들이 인생 조졌냐면,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여전히 잘 나간다. (물론 여전히 욕을 먹지만.)
어찌 보면 뻔뻔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렇지 못한 것이 자의식 과잉일 수도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한번 무언가를 기억하면 영원히 그걸 기억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 다행이다. 그건 착각이다. 명백한 자의식 과잉이다. 사람들은 남들에 대해 별 관심 없다. 욕하는 것도 한 순간이다. 그저 그 사람의 하루 24시간 86,400 초 중에서 한 5초 정도 욕하고 말끔히 잊을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몇 자의 닉네임, 혹은 거기에 대한 프로필 사진으로만 존재하는 우리의 존재란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먼지들이다.
때문에 우리는 실수를 한 타인에 대해서도 그렇게 몇 초 정도만 욕을 하고 잊어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우리가 실수를 하는 것처럼, 오늘도 점잖고 안 그럴 것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하고, 글을 지우고, 다시 지운 글을 되살려서 반박을 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식은 단계가 필요하며, 우리는 매번 잘못된 인식을 수정해가며 완벽에 다가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원히 완벽해질 수 없음은 유한의 존재인 인간이 가진 서글픔이다.)
자신의 실수에 부끄러워할지언정 그걸로 너무 고통 받지 말자. 마찬가지로 타인의 흑역사에 대해 잠시 비웃음이 나올지언정 그것을 영원히 기억하지 말자. 우리는 언제나 실수하는 존재이며, 또한 언제든 서로를 용서하고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어차피 이곳은 그렇게 하라고 있는 장소가 아닌가. 모든 것이 기록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