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쓴, 모든 국민에게 투기하라는 글을 보고는 수긍이 가기도 했으나 섬뜩함도 느꼈다. 투기라는 게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고 하시던데, 그것보다는 좀 더 명확한 비유가 있다.
여기 침몰하는 배가 있다. 그리고 몇 명의 사람만이 탈 수 있는 구명정이 있다. 빈자리가 있다면 당연히 배의 사람들에게 더 타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 탈 수는 없다. 자리가 모두 채워지면 끝이다. 정원을 초과하면 구명정도 뒤집어지고 모두 죽게 된다. 그러니, 자리가 비어 있을 때는 더 타라고 하지만 자리가 꽉 차면 매정하게도 그만 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 때 구명정에 올라탈 수 있는 사람은 남들보다 빠르게 올라탄 사람뿐이다. 투자로 말하자면, 좀 더 정보가 빠른 사람이라고나 할까.
여름에 채굴 붐이 불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나는 5월에 코인 가격과 그래픽카드 가격을 살핀 후 지금은 무조건 빨리 캐는 사람이 승리자라고 말했다. 당연히 그 때 산 사람들은 불과 한두 달 만에 모든 본전을 뽑고 지금까지 꿀을 빨고 있다.
하지만 6월이 되고 시장이 과열이 되자, 나는 정원이 모두 찼다고 느꼈다. 그래서 6월이 되자 나는 지금 비싼 값에 채굴기를 구입하는 것은 공멸의 길이라고 했다. 그러자 비난이 쏟아졌다. 밥그릇 뺏기기 싫어서 그런 소리 하는 것이냐고, 교묘한 선동 하지 말라는 욕설이 폭주했다.
뭐, 지금에야 코인 값이 올랐으니 그 때의 내 걱정도 기우가 되고 말았지만, 적어도 8월까지는 내말이 맞았고, 6월에 들어온 사람 중에 적지 않은 사람이 8월에 채굴을 접었다.
자본주의는 잉여생산으로 성립한다. 모두가 놀 수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모두가 일을 할 필요도 없다. 잉여 생산은 노는 계급을 만들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최고의 노는 행위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노는 사람들은 공부를 했고 정치와 법학, 의학, 수학, 과학 등등, 사회를 발전시키는 사람들이 되고 사회지배층이 되었다.
그렇게 잉여 생산이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만들었고 그런 사람들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노동의 관점에서 보자면 당장은 아무런 생산도 하지 않는 무가치한 일이지만, 결국은 노동의 효율을 높이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일을 하게 되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힘든 일을 하고 가장 적은 돈을 버는 노동자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노동자가 없으면 노는 사람도 없다. 마치 모두가 구명정에 올라타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구명정은 침몰하는 것과 같다.
사회의 부자의 자리는 정해져 있다. 그 자리는, 사람이 부족하면 당연히 더 채우고자 하지만, 모두가 그 자리에 들어오려고 하면 사회가 망한다. 그래서 일정량의 수가 채워지면 어마어마한 장벽을 쌓고 더 이상 부자의 구역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막게 된다. 정원을 정해놓고 시험을 쳐서 일정 인원만을 선발하고, 나머지는 능력이 되어도 그 일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사회는 기득권의 테두리를 지킨다. 혹은, 일정 이상의 재산이 있으면 놀아도 돈이 생기지만, 그 기준에 조금이라도 못 미치면 세금으로 모두 뜯기며 결국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을 유지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자본주의는 그렇게 기준이 명확하다.
가진 놈은 놀아라.
못 가진 놈은 일해라.
그게 전부다. 다만 그 기준이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운빨이라고나 할까. 태어날 때부터 부자와 빈자로 나뉘어 버리니 부자의 부모를 두지 못한 사람은 출발선부터가 다르다.
나머지는 능력과 노력이다. 하지만 그 마저도 절대적이지는 않다. 능력이 있다면 부자가 될 수도 있지만,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능력이 없다면 부자가 되기 힘들겠지만, 또 모두 그런 건 아니다. 그 역시 운의 요소가 강해서 어느 정도는 경계가 흐릿하다. 그래서 결국 부자는 하늘이 내는 것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어쨌건 모두가 투기를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사회는 부자의 자리가 모두 차 있고, 어느 정도는 정원도 초과한 상태다. 지금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좀 늦은 사람들이다. 이미 부자들은 부동산과 좋은 직장을 모두 선점한 채로 더 이상 사람들이 올라타지 못하게 법과 제도를 견고히 다지고 있다. 그걸 뚫고 부자의 자리에 올라 타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완전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기회는 언제나 있다. 위에 적었지만, 다행히 아직 우리에겐 운이 남아 있다. 우리는 코인이라는 막차를 탄 사람이며, 아직까지 여기는 부자로 가는 빈자리가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다. 다만, 항상 말하지만 이런 정보가 퍼지는 속도는 빛보다도 빠르기에, 조금만 머뭇거리면 다른 사람들로 꽉 차서 금방 출발해 버리고 다음 차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 뒤에는 아무리 태워달라고 아우성을 쳐 봐야 차가 오지도 않고, 오더라도 이미 꽉꽉 차서 더 태울 수도 없다.